US Daily Logs

UCD 교환학생 일지 - 04. 데이비스 입성

도미니크앙셀 분당점 2022. 1. 30. 19:40

1월이 가기 전에는 무조건 일지 4편을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글을 쓴다. 통계 전공 수업들 사이에 3시간이 비어서 점심도 먹을겸 집 근처 Konditorei에 와서 '느낌 있게' 지난 한 달을 회상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꼭 행복하고, 즐겁고, 우아한(그다지 미국과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 같다만) 해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당장 베이커리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천둥 번개가 쩍쩍 쏟아지는 폭풍우 속을 기고 있었달까나. 여하튼 교환학생 생활이 항상 좋지만은 않다. 물론, 신문사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집에 박혀 지냈던 작년보다야 훨씬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여기저기 자주 말하고 다녔지만, 작년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마음도, 몸도 훨씬 건강해지고 있다. 가끔은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기를 마시며 나 자신을 환기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훌쩍 떠난 여정이지만, 나는 원체 욕심 많은 인간이기에 한국과 연을 완전히 끊지 못했다. 그냥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렇게 마냥 새로운 장을 열기에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뭐, 이것마저 실은 과욕이지만 말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부쩍 공감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Konditorei 내부 1. 완전 예쁘지! 가게 이름이 Austrian "Pastry"라서 그런지 솔직히 케잌은 별로고 브런치나 빵은 맛있다! 그런데 여긴 언제 오든 항상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Konditorei 내부 2. 입구 오른편의 창문. 미국 대학동네에서 이런 유러피언 클래식 감성을 느낄 수 있다니~

1. 데이비스 입성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비스로 이동하려면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첫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이라고 칭하지만, 무늬만 그렇다. 실제로는 BART라는 고속 시외열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바다 건너 에머리빌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암트랙 기차로 환승해 데이비스역에 내려야 한다. 모두 알다시피 미국은 기차표가 상당히 비싸다. 어쨌든, '운전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 방법을 가장 애용한다. 하지만 나는 큰 캐리어 두 개에 무거운 배낭 하나, 그리고 무거운 손잡이 가방 하나를 들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 물론, BART에 탑승하면 커다란 짐가방 여러 개에 둘러싸인 승객들도 적잖이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생전 처음 Bay Area를 방문했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너무 컸던 나머지 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선택지를 '과감히' 포기했다. 둘째,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한다. 샌프란시스코 숙소 바로 앞에서 출발해 데이비스 거주지까지 한방에 갈 수 있기에 편리하고, 가장 빠르고, 코로나 감염 위험도 가장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30분 정도 택시를 타면 요금이 2만 원을 훌쩍 넘기 마련인데, 인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어떨까.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비스까지의 거리를 차로 이동하면 대략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그렇다... 나는 150불을 지불하고 우버로 데이비스에 입성했다. 한화로 약 17만 원 정도를 낸 셈이다. 그런데 사후적인 해석 - 혹은 자기 정당화 - 이지만, 암트랙 기차표가 아무리 저렴해도 20불 정도는 한다고 가정하면... 아니다, 나는 분명 편의를 가장한 사치를 누렸다. 그래도 이동 수단에 대해서 아빠와 충분히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니 나는 떳떳하다 - 그렇지 않다. 셋째, 첫 번째 방법과 마찬가지로 BART를 타고 버클리 다운타운까지 가서 UC 버클리 서쪽 정문 앞에서 Berkbus라는 UC 버클리 - UC 데이비스 셔틀을 탑승한다. Berkbus는 편도 16불(세금까지 포함하면)이니까 내가 여기서 나열한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저렴하다. 동시에 탑승할 때 코로나 음성 자가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니 나름 안전하기도 하다. 그런데 UC 데이비스나 버클리 학생 및 관계자가 아니라면 Berkbus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세 번째 방법은 학생에게 한정된다. 그리고 이 버스는 승객 1인당 최대 운반 가능한 짐이 한 개로 국한되므로 당시의 내게도 유효하지 않았다.

우버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비스로 이동하는 중의 풍경.

이러나 저러나 나는 사치스럽게도 17만 원을 내고 데이비스에 입성했다. 가격 때문에 눈물 한 방울 정도 찔끔 흘렸다만, 가는 길이 무척 예뻐서 눈이 즐거웠다. 삭막한 도시와 적적한 서울대 캠퍼스 - 여담이지만, 나는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미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풍경만 부호화하던 내 시신경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 치자. 베이 브리지를 건너며 샌프란시스코와 작별한 뒤 80번 국도를 내리 달려 오클랜드, 버클리, 리치몬드를 차례로 지났고, 또 San Pablo Bay를 건너 발레호, 페어필드, 바카빌, 딕슨을 지나 데이비스에 도착했다. 솔직히 말해서 혹여나 우버 기사님께서 잘못된 곳으로 나를 데려갈까봐 노심초사하며 차에 있는 내내 핸드폰 지도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버클리의 정확한 위치와 오클랜드와 발레호라는 도시의 존재를 알았다. 오클랜드는 무슨 항구 도시인지 컨테이너 박스와 그를 실어 나르는 크레인이 가득했다. 해안을 따라 발레호까지 가는 길에 차량 왼편으로 간간이 샌프란시스코 만과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보였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모든 사물이 선명히 보였다. 잠시 멈춰 서서 고속도로 가드가 없는 구석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 사실 여기 도로에는 졸음 쉼터 같은 공간도 없는 듯하다. 그리고 차체 오른편으로는 드넓은 초록빛 구릉이 펼쳐졌는데, 어느 지점에서는 소들이 자유롭게 노닐며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1월인데도 추위라고는 느낄 수 없는 기온에 쨍쨍한 햇빛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내리쬐며 눈이 절로 시원해지는 초원-아닌 구릉-에서 풀을 뜯는 소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캘리포니아에 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리고 발레호를 지나서 데이비스까지는 그야말로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이 계속 이어졌다. 평원 중간중간에 남다른 규모의 과수원도 보였는데, 나무의 키가 사과나무보다도 작은 것을 보아하니 체리 농장인 듯했다. 글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도 체리다. 그래서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이동하는 내내 음악을 들었는데, 훌륭한 풍경과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어우러지니 '살 맛'이 낫달까나. ㅋㅋ 그때 아빠가 지난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에어팟 프로를 처음 사용해 봤다. 글을 쓰는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당시에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 나는 그동안 줄 이어폰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동시에 에어팟을 살 필요를 못 느꼈던 나머지 에어팟을 2분 이상 착용해 본 적이 없었다. 모처럼 캘리포니아에 왔으니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느낌을 담은 영어 노래를 들으려고 했는데, 딱히 생각나는 곡들도 없고 해서 그냥 듣고 싶은 보아(짱)랑 S.E.S. 노래를 들었다. 참고로 보아의 일본 싱글 중 "Key of Heart"라는 곡의 뮤직 비디오를 캘리포니아에서 촬영했는데, 어쩜 그렇게 발랄하고 활기찬 느낌을 잘 담아냈는지~ 그리고 S.E.S.의 "사랑이란 이름의 용기"와 "꿈을 모아서"를 이어 들었는데, 역시 명곡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음을 절감했다. 특히 바다 특유의 청량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국에서는 기대할 없던 뚫린 평야를 보니 "inner peace" 찾은 기분이 들었다.

 

80번 국도에서 데이비스로 들어오는 길에 UC Davis Law School 간판을 봤다. '오... 저기가 내가 한동안 다니게 될 학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사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조금만 더 가면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안도했다. 우버를 타고 지나친 데이비스의 동네 풍경은 평범했다. 대학 도시답게 아파트 -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빌라가 더 정확하다 - 단지가 쭉 늘어서 있었고, 확실히 미국이라 그런지 단지 하나 하나 넓직하게 부지를 차지하고 있어서 오밀조밀한 느낌은 전무했다. 대부분 2층이나 높아봐야 3~4층 정도 건물이기 때문에 창공을 가리는 물체도 없었다. 곧 내가 앞으로 5달 반 동안 지내게 될 Cambridge Apartments의 오피스 앞에 도착했고, 우버 기사님께서는 짐을 내려 주신 뒤 유유히 사라지셨다. 나는 다행히 새해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오피스의 영업 시간 안에 도착해서 직원으로부터 직접 아파트 키와 택배 보관소, 24시간 스터디룸, 헬스장 등 시설 위치에 대해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영업 시간 안에 도착하려고 우버 탑승 시간을 오전으로 잡기는 했지만. ㅋ 한국에서 한창 짐 싸고 있는 동안 데이비스에 얼마간 체류하셨다던 엄마 친구 분과 엄마의 전 직장 동료 및 현재는 내 보험 관리사이신 분으로부터 미국 아파트에 대해 전혀 기대하고 가지 말라고 익히 들어서 100% 걱정만으로 가득인 마음으로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2. 자취방 둘러보기 및 청소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이 즈음에 내 친구 H*(그냥 이니셜을 따서 H로만 적고 싶지만, 왠지 섭섭해 할 것 같아 특별히 별을 붙여 준다)가 건네준 조언을 인용하고 싶다. 지난해 11월 데이비스 거처 구하기 때문에 한창 골머리를 썩힐 때 이 과정을 먼저 겪은 프랑스 유학생인 H*가 내게 "열심히 찾다 보면 갑자기 혜성처럼 좋은 집이 나타날 거야"라고 말해 줬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흘려 들었는데, 나도 열심히 뒤적이던 페이스북 Housing group에서는 아무것도 못 건지고 결국 사기가 판 친다던 craigslist.com에서 집을 구했으니 참 웃기다. 나는 craigslist에 lease takeover 공고를 올린 사람과 이메일도 25통 정도 주고 받았고, 미국에 오기 전에 아파트 회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 45불 정도를 선입금했기 때문에 사기 의혹은 접어 두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갖가지 문제가 떠오르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 신변을 위협하거나 정신 상태를 완전히 골로 가게끔할 정도는 아니기에 괜찮다고 낙관하자. 집에 딱 들어오니 부엌에 Froot Loops 시리얼 대형 박스가 놓여 있길래 '아, 하우스메이트가 살긴 사는구나'라며 안심했다. 내가 데이비스에 12월 30일에 입성했으니 하우스메이트는 진작에 크리스마스 연휴 - 여기 기준으로는 겨울 방학 - 를 보내러 어디론가 떠났기 때문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심 적적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집에 적응하는 동안 혼자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아무리 겨울 방학이라고 해도 학기 마지막 날까지는 집에 거주했을텐데 - 그러므로 사람이 집에 부재했던 기간은 길어야 일 주일일텐데 - 집에 먼지가 꽤 쌓여서 오자마자 청소부터 한 것 같다. 우선, 내가 지낼 방부터 들여다 봤는데, 정말 침대와 책상, 의자, 서랍, 침대 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하지만 침대가 킹사이즈라서 '덩그라니'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방이 비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불도 없었고, 베게도 없었고, 무엇보다 '등'이 없었다. 방문 바로 옆에 스위치가 있길래 눌러 봤는데 방의 밝기에 변함이 없어서 천장을 올려다 봤더니 아예 등이 없었다. 어쩌면 미국이나 영국 영화를 주의깊게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진작 깨달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서양인들이 대게 천장불 없이 스탠드나 플로어 스탠드에 의지한 채 밤을 지새운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오후 5시면 해가 지는 동절기에 불이 없다니! 이것은 마치 존재론적 위협과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방에 짐만 들여 놓고 바로 스탠드와 전구를 사러 외출했다.

짐만 들여 놓은 채 바로 찍은 방의 첫인상.
거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천장 등이 없어서 낮에는 커튼을 걷어야 환해지는데, 보다시피 커튼을 걷으면 집 내부가 전부 노출되기 때문에 왠만하면 어둡게 지낸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새해 연휴를 맞아 휴업하는 바람에, 그리고 적절한 교통 수단이 없었으므로 다운타운에 있는 Ace Hardware라는 매장까지 걸어갔다. 약 30분 정도 걸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가 오니까 저절로 데이비스가 너무 적적하게 느껴졌다. '한적하다'라고 말하면 좋은 뜻이겠지만, '적적하다'라고 말하는 데는 모종의 불만이 섞여 있다. 그러니까 나는 데이비스를 캘리포니아의 분당 정도로 생각하고 2순위로 넣었지만, 알고 보니 대학 도시라기보다도 대학 '동네'라고 불러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동네 자체가 조용하고 안전해서 - 아마 대부분의 거주 인구가 나름 가방 끈 길다고 할 수 있는 UCD 대학생이라서 범죄도 자전거와 관련된 것을 제외하면 전무한 듯하다 - 혼자 돌아다녀도 불안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데이비스가 얼마나 시골이냐면, 집에서 다운타운까지는 직각 기호를 90도 회전해 놓은 듯한 루트로 쭉 걸어가면 되는데, 해당 루트에서 집이 위치한 블록 건너편에는 평야와 고속도로가 놓여 있다... 길을 걷다가 다운타운과 인접한 주택가에서는 개를 산책시키고 있던 할머니 한 분과 새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돌아다니다가 인사 받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미국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경계가 낮은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대부분의 인간 관계가 너무 얕아 보이고, 정작 중요한 얘기는 서로 기피하는 듯하다.

 

Ace Hardware에 갔더니 거의 모든 진열대에 먼지가 쌓여 있어서 조금 기겁했다. 데이비스에서 제일 큰 공구 전문점인 것 같은데... 그리고 공구 코너에서 손님을 도와 주는 아저씨 - 보다 할아버지에 가까운 듯한데 - 께서는 정말 텍사스 시골 동네에서나 만날 법했다. 헤진 빨간색 체크무늬 난방에, 그보다도 더 헤졌지만 소재 자체가 두꺼워서 굉장히 오랫동안 빨지 않아도 되는 청바지, 그리고 약간 희끄무레해진 볼캡을 쓰고, 덥수룩한 흰 수염은 마스크 밖으로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시기는 했지만 얼굴에 비해 너무 작은 것을 착용하셔서 아저씨로부터 도움 받을 때 내심 코로나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정말 친절하게 스탠드에 알맞은 전구와 스탠드 설치 방법까지 알려 주신 덕분에 집에 와서 스탠드를 사용할 때 헤메지는 않았다. 그렇게 매장에서 스탠드와 LED 전구, 그리고 작은 손 세정제를 구매하고 근처에 위치한 Pho Tasty라는 베트남 음식점에 갔다. 점심 시간을 한참 비켜나 있었기에 가게 안에 손님은 나를 포함해 세 팀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음식점인지, 개점을 축하하는 화환도 입구에 배치돼 있었다. 거기서 쌀국수와 대만 차(?)를 시켜 먹었는데, 참... 맛없었다. 특히 대만 차는 거의 쌀국수 뺨 치게 비쌌지만 - 물론 그만큼 용량도 컸다 - 너무 입맛에 맞지 않아서 단 네 모금 정도 홀짝이다가 다 버리고 왔다. 여담이지만, 밥을 먹는 중에 내 왼쪽 위 대각선 방향으로 앉은 가족이 나누는 담소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는데, 애기가 쌀국수를 시켜 놓고서는 자꾸 국수를 안 먹겠다고 우겨서 웃겼다. 그럴 거면 뭐하러 쌀국수를 시켰는지. ㅋㅋ 다운타운까지 걸어온 김에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미 짐이 늘어나서 다음을 기약하고 걸어서 Dollar Tree라는 슈퍼로 향했다. 당장 내일 아침 먹을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생수 몇 병을 샀다. 매장은 컸는데 확실히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고 새해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그런지 물건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여기도 조금... 뭐랄까 먼지가 쌓여 있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먼지가 느껴졌달까나. 매장 분위기 탓이라고 해 두자. 그래도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집에서도 가깝고, 물건값도 다른 슈퍼에 비해 저렴해서 애용하려고 한다.

Ace Hardware 가는 길에 그냥 찍은 보도 블럭 및 운동화.

집에 도착해서도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아서 재빨리 방부터 청소하기 시작했다. 우선, 짐을 풀기 전에 한국에서 가져온 물티슈로 온갖 가구를 다 닦았다. 책상, 서랍 위, 서랍 안, 침대 옆 탁자 안팎, 침대 틀, 매트리스, 옷장 걸이와 선반까지 다 닦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먼지가 안 묻어 나와서 신기하기는 했지만 서랍 안이 문제였다. 싼 나무로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싸구려 제품인지 서랍 안은 쾨쾨한 냄새로 가득했다. 냄새의 진원지를 파악하고자 서랍 하나를 열어서 구석구석 닦아 봤는데, 다름이 아니라 모서리 부근에서 묻어 나오는 이상한 자국이 원인인 듯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서랍 여섯 칸의 모든 모서리를 박박 닦아서 그나마 냄새를 조금 줄였달까나. 그런데 냄새도 문제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에 그 진액 같은 것이 묻을까봐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몇 번이나 문질러도 더이상 자국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닦았다. ㅋㅋ 그리고 나서 내 명의로 현관문 앞에 배달돼 있던 상자에서 전기요와 이불, 침대 시트, 매트리스 커버를 꺼내 그럴듯한 침대를 '완성'했다. 그 침구 세트는 다 피닉스에 계신 이모가 내 캘리포니아 주소로 주문해 주셨는데, 이모 아니었으면 밤에 동사할 뻔했다. 내가 도미하기 전에 이모가 먼저 딱 당장 필요한 것들 - 침구 세트, 전기요, 전기 쿠커 - 을 주문해 주셨는데, 지금도 그것들 없이는 못 살겠다 (이모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서 짐을 풀어서 서랍에 옷과 의약품, 마스크, 수건 등을 구분해서 넣었고, 외투도 다 옷장에 걸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들고 온 책들까지 책상 위에 정리하니 비로소 방에 사람 냄새가 깃든듯 했다. 그래도 집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상한 냄새는 여전해서 당장 다음 날 타겟(Target)에 가서 방향제나 캔들을 사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긴 하루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및 미국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 예를 들어 자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누가 총기를 난사한다거나 - 현관문뿐만 아니라 방문도 꼭 잠그고 잤다. 참고로, 하우스메이트가 1월 중순경에 집에 오기 전까지는 잘 때나 외출할 때 항상 방문까지 잠갔다고 한다. ㅠㅠ

방 정리를 끝내고 한참이나 지나서 찍은 방 사진.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공수해 온 Georgia O'Keefe 달력과 진한 파란색의 이불이 삭막한 방 안 풍경을 다채롭게 꾸며 준다. 참고로 침대에 펼쳐져 있는 것은 파리 지도.

시차 탓인지 아니면 당장 할 일이 없어서 일찍 잠들어서인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매일 일찍 일어났다. 늦어도 7시쯤에는 기상했다 - 지금은 누가 10시까지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안 해도 몸이 알아서 그리 하고 있다. 해가 들었을 때 집안 청소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부엌부터 시작해 거실 탁자, 선반, 그리고 대망의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모조리 닦았다. 부끄럽지만 나이를 스무 살 먹도록 세탁기를 직접 돌려 본 적이 한 번밖에 없는 데다가 집에 놓여 있는 세탁기는 건조기와 세트로 된 구식이라 - 그래도 그러한 가구 및 가전제품이 있음에 감사하자 -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전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엄마한테 안부 전화를 건 김에 세탁·건조기 청소 방법을 물어 보니 제일 중요하게 점검해야 하는 부분은 건조기 입구의 탈부착 그물망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하기라고 알려 줬다. 먼지 쌓인 채로 계속 건조기 돌리면 화재 난다고...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세탁기와 건조기를 열어 보니... 열기만 했는데도 먼지가 나풀거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확실히 남자 둘만 살아서 그런지 집안 청소를 하나도 안 하고 그냥 간단한 설거지나 바닥 청소 정도만 했나 보다. 그래도 건조기를 계속 쓰면 먼지가 쌓이리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쌓이는대로 신경쓰지 않고 계속 쓰기만 했던 것일까. 이러나 저러나 앞으로는 내가 써야 하기 때문에 큰 마음 먹고 세탁·건조기에 달라 붙은 먼지를 전부 제거했다. 그것만 청소하는 데 30분 걸린 것 같다. 사실 청소하면서 계속 H*와 영상 통화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호들갑 떨어서 자취생 선배인 H*는 기가 찼을 것이다. 청소를 끝내고 드디어 옷가지를 세탁해 보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도무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인터넷 검색만 20분째 하다가 집에 있는 세탁·건조기와 동일한 모델의 세탁 안내 영상을 발견해서 그것을 그대로 따라했다. ㅋㅋ 그런데 막상 세탁기를 돌리고 나니까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H*한테 '어떡해, 이러다가 집 부숴지는 거 아니야? 나 정말 세탁기 제대로 돌렸을까?'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한참이나 주절거렸다. 그래도 다행히 빨래 건조까지 끝내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타겟으로 출발했다. 아, 여담이지만 많은 수의 여자 교환학생들은 자취방의 첫 몰골을 보고 청소하다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슬프지는 않았고, 괜시리 오기가 생겨서 무슨 마라톤이라도 하듯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청소에 임했다... 내 성격도 평범하지는 않은 듯하다.

3. 본격적 동네 탐방 및 1월의 일상.

청소를 끝내고 타겟을 다녀왔다. 아, 그리고 이제부터는 설렁설렁 써야겠다. 왜냐하면 1월 3일부로 UCD 겨울 학기가 시작되면서 생활이 부쩍 단조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도 대충 쓰겠다. 음식 평가는 월별로 정리해서 한꺼번에 올리기로 결정했기에~ 그냥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 먹었던 음식은 그날그날 작성해 보자 - 그런데 대부분 햇반 아니면 라면이라서 볼품 없긴 하다. 아니, 그래도 내 생각에는 라면이 내 입에 맞지 않을 뿐이지 햇반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즉석 식품이라고 주장해도 과언이 아니다. 햇반 사랑해~

타겟 가는 길 1. 빼곡하지는 않더라도 드문드문 솟아 있는 야자수가 데이비스도 엄연한 캘리포니아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Tasty Gourmet 내부.

어쨌든, 식기도 없고 해서 청소를 끝내자마자 타겟에 다녀왔는데, 걸어서 편도 3~40분 정도 되는 거리이기는 했지만,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데이비스 경찰서와 내가 평일에 점심 먹으러 즐겨 찾는 Konditorei를 지나면 5th Street Plaza(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가 나오는데, 거기 안쪽으로 들어가서 조금만 더 가면 타겟까지 이어지는 길다란 산책로가 나온다. 그 산책로 바로 옆에는 도랑 비슷한 물이 흐르는데, 아마 데이비스 동쪽 - 타겟이 위치한 곳이 동쪽이다 - 이 오래 전에 무슨 비료 공장이 있었다나, 그래서 금지 표지판 같은 것들이 붙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그와는 별개로 주말에는 그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꽤 있고, 가족끼리 걸으러 나온 경우도 적잖이 볼 수 있다. 그렇게 타겟까지 가서 거의 40분 동안 쇼핑했던 것 같다. 약간 이마트 같은 곳인데, 코스트코보다 훨씬 정갈하다. 물건값이 다른 대형 마트에 비해 저렴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동네 슈퍼에서 낱개로 사는 것에 비해서는 저렴하게 대용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좋다. 아, 그리고 이때는 새해 연휴 중이라서 버스도 거의 운행하지 않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무거운 짐을 들고 40분을 다시 걸어 왔는데, 귀가하는 길에 5th Street Plaza에 위치한 Nami Sushi라는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다. 그런데 애플맵에서 분명 '열려 있다'라고 알려 준 Nami Sushi는 휴업 중이었다 - 애플맵을 쓰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그래서 근처에 다른 식당은 없을까 보다가 바로 옆에 Tasty Gourmet라는 중식당이 있어서 거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인생 중화요리 레스토랑을 만났다. 그날의 우연이 너무 감사하다. 데이비스에 도착하자마자 돈을 너무 많이 써 버린 것 같아서 볶음밥 메뉴 중에 가장 저렴한 닭 볶음밥과 스프링 롤을 주문했는데, 볶음밥이 진심으로 너무 맛있어서 먹다가 눈물을 흘릴 뻔했다. 정말 과장하지 않고 수내역 칸지고고 XO 게살볶음밥과 비등하게 맛있었다. 게다가 주인장 할머니께서 간간이 손님들에게 "Everything's good?"라고 물어 보시는데, 너무 맛있어서 엄지를 척 들어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셨다. ㅋㅋ 아, 그리고 내가 데이비스에 혼자 온 불쌍한 중국인 유학생인 줄 아셨나 보다. 처음에는 중국어로 말을 거셨는데, 내가 중국어를 모른다고 말씀 드리니까 영어로 "든든히 먹으렴"라고 말해 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가족들과 하루종일 붙어 지내는 12월 31일에 나 혼자 커다란 타겟 가방을 들고 식당 문으로 들어 왔으니까...

 

그런데... 솔직히 거의 한 달이 지난 후에 데이비스에서 보낸 일상에 대해 쓰려니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사진에 자막을 다는 방식으로 데이비스 곳곳 및 내 일상을 기록하겠다. 라는 것은 거짓말이고,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내가 당시에 느꼈던 모든 감정을 부호화해 보자. 고등학생 시절 사건들도 금세 잊어버린 내가 의지할 곳은 일기 등의 기록뿐이니.

1. 박창현은 새해 첫 날 무얼 했는가?
2. Uber Eats 사용 후기.
3. 각기 다른 생수 브랜드 시음.
4. 데이비스 한인 마트에 다녀오다.
5. UCD 캠퍼스 방문.
6. Konditorei 첫 방문.
7. 타겟에서의 쇼핑은 중독되기 마련?
8. 선글래스 상용화 위원회는 행복하다, 왜?
9. Bank of America, 너희를 증오해.
10. 페인트볼이 이렇게 아플줄 몰랐지.

1. 박창현은 새해 첫 날 무얼 했는가?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점심으로 먹을 만한 음식이 없어서 다운타운까지 걸어 가 타코벨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사 왔다. 내 하우스메이트 - 멕시코 출신으로, 직계 가족들은 아직도 멕시코에 거주한다고 한다. - 는 미국에서 '진짜' 멕시칸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멕시코인이 아니니까 딱히 상관 없다. ㅋㅋ 어쨌든, 진지하게 타코벨 타코가 샌프란시스코 Little Chihuahua에서 먹은 부리또보다 훨씬 맛있었다. Little Chihuahua는 여러모로 '맛없는 음식'의 기준을 설정해 줬달까나. 그리고 타코벨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Davis Food Co-Op이라는 또 다른 슈퍼가 있대서 거기서 장을 봤다. Food Co-Op은 신선한 과일 및 식재료, 그리고 치즈를 주력 상품으로 내건 식료품점에 가까운 슈퍼다. 매장 앞에 서 있는 토마토와 당근 동상으로부터도 아, 여기는 왠지 좋은 식재료 사고 싶을 때 들러야겠다, 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비싸다. ㅠㅠ

Davis Food Co-Op.
타코벨 포장지와 Food Co-Op에서 사 온 초콜릿으로 코팅된 건포도.
Cara cara navel.
Cara cara navel 조각들.
방향제로 쓰인 cara cara navel 껍질.

Food Co-Op에서는 왠지 모르게 '오가닉한' 음식을 사 보고 싶었기 때문에 초콜릿으로 코팅된 건포도 한 묶음과 피지워터 1.5L 6병을 사 왔다. 초콜릿으로 코팅된 건포도는 정말 맛있었다... 너무 맛있는데 동시에 가격이 매일 사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하루에 10알씩 정도로 아껴 먹었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거의 한 움큼씩 털어 먹기도 했다. ㅋㅋ 장보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전날 타겟에서 산 Opal House Sparkling Yuzu 양초를 켜 놓고 방에 벤 쾨쾨한 냄새를 최대한 빼려고 노력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양초를 하도 많이 켜 놔서 적어도 내 방 안에는 그 이상한 냄새가 완전히 제거됐다. 내가 이겼다! 아, 그리고 기왕 Food Co-Op 이야기를 하는 김에 훨씬 나중에 여기서 산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겠다. 캘리포니아산 아몬드가 유명하다길래 초콜릿으로 코팅된 아몬드도 사 봤는데, 나는 건포도가 훨씬 맛있는 것 같다. 건포도가 너무 빨리 없어질까봐 초콜릿 아몬드를 먼저 공략하고, 건포도는 조금 더 오랫동안 두고 두고 먹었던 것 같다. ㅋㅋ 그리고 Food Co-Op에 딱 들어가면 입구와 가장 가까이에 싱싱한 과일들이 상자 안에 담겨 있는데, 그 휘황찬란한 광경에 혹해서 무슨 오렌지처럼 생긴 과일을 하나 구매했다. 내가 알던 오렌지보다 조금 큰 것 같아서 집에 와서 영수증을 들여다 보니까 cara cara navel이라는 품종이었다. 한마디로 오렌지는 아니란 말씀.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맛있대서 오렌지를 사고 싶었는데, 웬 뚱단지 같은 과일을 샀다. ㅋㅋ 맛도... 별로였다. 뜯자마자 한 번에 다 먹기에는 너무 커서 점심 후식용으로 매일 두 조각씩 먹고, 남은 조각들은 락앤락 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처음 먹었을 때는 너무 별로여서 그냥 버려 버릴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냉장고에 둔 동안 나름 숙성됐는지 점점 풍미가 깊어졌다. 원리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돼서 좋았다. 그래도 같은 품종을 다시 사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거나 껍질을 벗겼더니 향이 엄청 강해서 한동안 방에 두고 방향제로도 사용했다. ㅋㅋ

I hereby confer the medal of honour on the Opal House Sparkling Yuzu candle for saving its master's olfactory bulbs.

나의 2022년 첫 날은 이렇게 흘러 갔다. 아,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도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해 인사를 받았다.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지도 않았는데도... 사실 2021년 한 해 동안 인간 관계로 인해서 줄곧 고통받았는데, 내가 '사회적으로 이상한' 사람도 아닐 뿐더러 나름 잘 살아 왔구나 라고 느꼈다. 내가 한참 힘들어할 때 가족들은 '사람한테 기대하면 못 써'라고 조언했는데, 그럼에도 나는 사람에게 상처 받고 사람에게 위로 받는, 그야말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 또한 깨달았다. 내 사람들, 제가 꼭 보답해 줄게요~ 💝

 

2. Uber Eats 사용 후기.

한 줄 요약: Uber Eats는 매우 편리하다. 동시에 식겁할만큼 비싸다. 캘리포니아 세금도 미쳤다. 팁도 줘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Uber Eats를 연달아 두 번이나 사용했다. 죄책감을 느끼냐고? 솔직히 그다지 죄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1월 한 달 동안 딱 두 번 - KFC, Nick the Greek - 만 사용했기 때문에 예산에 지장이 가지도 않았고, 나도 가끔은 사치 부리고 싶어지니까.

Uber Eats로 배달시킨 음식 1. KFC Chicken Sandwich Combo (with Classic Lemonade)
Uber Eats로 배달시킨 음식 2. Nick the Greek Lamb Gyro
Uber Eats로 배달시킨 음식 2. Nick the Greek - 셀카를 찍는 새로운 방법. 맛있는 냄새가 진동해서 충동적으로 찍었다. ㅋㅋ

아, 그리고 여담으로 KFC를 배달시키느라 Uber Eats를 처음 사용했던 날 찍은 사진이 한 장 있는데...

<대학신문> 행정실 선생님께서 퇴사 선물로 주신 어댑터.

작년 11월 나의 <대학신문> 퇴사 소식이 행정실까지 전해졌을 때 행정실 선생님 두 분 중 한 분께서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자고 하셔서 시험 기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에 자하연 식당 2층에서 같이 식사했다. 그 전까지는 자하연 학식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1층에서만 먹을 수 있고, 2층은 교직원 전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학생들도 2층에 출입할 수 있었다. 다만, 2층 식당에서 나오는 요리는 그날그날 달라지지 않고 메뉴가 고정돼 있으며, 가격대가 상당하다. 그만큼 특식 - 예를 들어 연어 필라프나 함박스테이크 정식 등 - 을 대접하기 때문에 교내에서 '나름 있어 보이는' 메뉴가 먹고 싶어진다면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어쨌든 점심도 선생님께서 사 주셨는데, 마지막에 무려 퇴사 선물을 한 보따리 손에 쥐어 주셨다. ㅠㅠ 사실 나는 공채로 입사했기 때문에 4학기를 채워야 - 2022년 1학기까지 근무 - 하는데다가 교환학생 선발로 인한 나의 조기 퇴사 때문에 뉴미디어부의 입지도 당시에 약간 흔들렸고, 무엇보다 2학기 기자가 부장직을 달아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 뭘 잘했다고 이렇게까지 해 주셨는지, 너무 감사했다. ㅠㅠ 지난 여름 내 수명을 덜어내며 제작한 <2021: 당신은 공정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까> 능력주의 다큐멘터리 3부작도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시고... 사진 속 어댑터는 바로 그 선물 보따리 중 하나이고, 무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로고'가 박혀 있기 때문에 - 사진 속에는 어댑터가 뒤집혀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 시중에서 찾아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신년 인사도 드릴 겸 행정실 선생님께 "주신 선물들 너무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라고 안부 인사 드렸다.

 

3. 각기 다른 생수 브랜드 시음.

미국 타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캘리포니아는 일단 수돗물에 석회가 지.나.치.게. 많이 함유돼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생수를 구매해서 식수나 요리용 물로 써야 했다. 나는 미각이 매우 발달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상시 물을 굉장히 많이 마시기 때문에 어떤 물이 가장 입맛에 맞는지 빨리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총 다섯 개의 브랜드를 비교해 봤다.

 

A. Fiji Water (★★★★★): 오자마자 구매했던 물인데, 이중에서 가장 '맛있다'. 그런데 비싸다. 그래서 데이비스에서 보낸 첫 2주를 제외하고는 딱히 사 마신 적이 없다. 만약 내게 돈이 아주 많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피지 워터만 소비할 의향도 있다.

Proud Source Spring Water & Essentia

B. Essentia (★★★☆☆): 평범하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생수라면 보통 제주 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정도를 떠올릴 수 있는 것 같은데, 그중에 어느 것도 물의 산도(pH)를 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생수 라벨에 pH까지 적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 그러니까 생수의 pH가 인체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 확실한 점 하나는 나는 염기성 물과 전혀 맞지 않다. Essentia도 pH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그렇다고 물 맛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Fiji Water에 비해 맛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아서 Food Co-Op에서 시험 삼아 구매한 이후로 다시 마셔 본 적은 없다.

 

C. Proud Source Spring Water (★★☆☆☆): pH 자체는 Essentia보다 낮았다. 그런데 제일 별로였다. 게다가 플라스틱 병이 아니라 칸타타 병 같은 금속 재질의 용기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입에 닿는 촉감 때문에 먹기도 불편했다. 내가 미국에서 출국하는 날까지 다시 사 먹을 일은 절대 없을 듯하다.

에비앙으로 라면 끓여 먹는 학생... 엄마 曰: "이런 글로벌 사기꾼 같으니라고!"
에비앙을 끓였더니 전기 쿠커에서 묻어 나온 석회 가루. 하... 에비앙 그냥 너희는 파산하자.

D. Evian (★★☆☆☆): 솔직히 에비앙 맛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수원지가 알프스라는 점, 그리고 프랑스산이라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목 넘김은 부드럽기는 한데, 딱히 물값을 하는 맛은 전혀 아닌 듯하다. 제주 삼다수가 제일 맛있다. 제주 삼다수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생수 브랜드 자격을 부여받을 만한데... 에비앙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 게다가 내가 왜 에비앙을 더욱 미워하게 됐냐면, 아마존 프라임에서 에비앙 1L 12병 특가 세일을 진행하길래 옳다거니 하고 구매해서 생수로도 쓰고, 요리할 때도 쓰고 있었는데, 에비앙으로 물을 끓이게 된 이후로 내 전기 쿠커 바닥에 하얀색 자국이 자꾸 묻어 나왔다. 처음에는 내가 전기 쿠커를 너무 자주 사용해서 그런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시간이 더 지나서 '도무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흰 자국이 선명해졌다. 그래서 결국 손가락을 한 번 대 봤더니, 이게 왠 걸! 쓱 닦이지 않는가! 알고 보니 그 흰 가루는 '석회'였다. 내가 캘리포니아 수돗물 속 석회를 피하려고 생수까지 사 마시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인터넷을 뒤져 보니 원인은 에비앙에 있었다. 유럽 물이라서 석회가 '넘사벽'으로 많이 포함돼 있던 것이다. 하... 처음에는 에비앙으로 라면 끓여 먹는 기구한 일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에비앙에 대한 이 절대적 배신감으로 인해 한국에 귀국한 이후로도 에비앙을 소비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E. Lifewater (★★★★☆): 나는 이 브랜드를 애용한다. pH도 딱 중성에 가까운 수준이고 - 아니, 물이라면 당연히 pH 7이어야지, 도대체 왜 pH를 의도적으로 높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 가격도 저렴하다. 맛도 괜찮다. 그냥 평범한 물 맛이 난다. 아마존 리뷰를 읽다 보면 'black-owned business', 즉 흑인이 운영하는 브랜드라서 더 구매하고 싶어졌다는 글도 적잖이 볼 수 있는데, 나는 딱히 그런 까닭으로 사지는 않았고, 여러모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는' 교환학생의 입장에 부합해서 주기적으로 주문한다.

 

4. 데이비스 한인 마트에 다녀오다.

데이비스에는 한인마트가 딱 한 곳 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Kim's Mart라는 곳인데,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일본 음식도 많이 판매한다.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햇반, 온갖 라면, 비비고 냉동 혹은 간편 조리 식품, 국, 간장, 한국 과자, - 는 은근히 가짓수가 적다 - 그리고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 반찬과 김밥이다. 게다가 조리 도구도 팔아서 그야말로 한국 및 일본 전문 식료품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편하겠다. 일본 식품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낫토, 모치(떡), 일본 과자, 일본 인스턴트 식품, 라멘 등이 진열돼 있다. 사실 Kim's Mart를 처음 방문한 당일 아침에 한국인 부부로부터 중고 자전거도 받아서 - 단 $15에 자전거와 중고 가습기, 그리고 커다란 쓰레기통을 모두 구매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지만, 그것은 악몽의 시작에 불과했다 - Ken's Bike-Ski-Board라는 자전거 가게를 먼저 들러서 튼튼한 자물쇠와 - 데이비스는 매우 안전한 도시지만, 자전거 절도 범죄는 흔히 일어난다고 한다 - 전방 및 후방 라이트, 핸드폰 거치대, 앞뒤 바퀴 펜더, 그리고 뒷바구니를 설치했다. 정확히는 설치'하려 했다'라고 표현해야겠다. 한국에서는 보통 설치해 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달아 주는데, Ken's Bike-Ski-Board는 온갖 주문이 다 밀려서(...) 무려 일 주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맡길 거냐고 내게 되물었다. 자전거를 탈 줄만 알지 어떻게 모든 것을 설치하고 조립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히 일 주일을 기다리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되게 어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이때 수리공 아저씨 말씀을 잘 못 알아들어서 아저씨께서 은근히 틱틱거리셨다. ㅋㅋ 게다가 아저씨께서 자전거 바퀴를 점검하시더니 자전거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이대로 타면 도로에서 사고 날 수도 있다고 하셔서 - 자전거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전문가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 이 기회에 수리까지 한꺼번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나는 자전거 가게에서 $403이러난 거금을 치러야 했다... 정말 울고 싶었다.

Kim's Mart 일반 김밥.
라면 안 좋아하기로 유명한 내가 돈을 아끼려고 라면을 먹다니...
일본 돈코츠 라멘. 일본 라멘집에서 파는 진짜 라멘은 돼지고기 육수가 너무 진해서 - 한마디로 느끼해서 - 나랑 내 동생은 안 좋아하는데, 이 인스턴트 제품은 은근 괜찮았다. 라면보다 나았다.
Kim's Mart에서 구매한 컵 떡볶이. 한 끼로는 약간 부족한 양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이것도 떡볶이...라고 할 수 있구나. ㅋ

그렇게 갑작스레 위기 의식을 느낀 나는 Kim's Mart에 가서 좋아하지도 않는 라면을 무려 세 봉지 - 그래도 질릴까봐 진라면 한 팩, 비빔면 한 팩, 그리고 삼양라면 한 팩 샀다. 삼양라면은 참 맛없다. 진라면도 별로다. 비빔면이 그나마 나은 듯하다. - 나 거.침.없.이. 바구니에 담았다. 스스로 긴축 재정을 선포하며 당분간 라면과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리라 결심했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라면을 사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도 '튀김 우동'이나 먹었지, 신라면이니 진라면이니, 그리고 불닭볶음면이니 하는 것들을 내 돈 주고 먹은 적이 전무하다. 그리고 집에서도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음식이 라면인데... 그런 내가 돈을 아끼려고 라면을 그렇게 많이 담았다. ㅠㅠ 그래도 너무 라면만 먹기에는 내 입이 너무 가여워서 일본 돈코츠 라멘도 하나 담았다. ㅋㅋ 정말 딱 하나만 담았다. 여담이지만, 당시 새해 인사를 계기로 한창 연락하던 옥스퍼드생 후배 P도 영국의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지난 학기에 라면이랑 샐러드로 거의 매끼를 채웠다고...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참 고달프다. ㅠㅠ 그리고 햇반이랑 같이 먹을 반찬이 없어서 반찬 코너에서 낙지 젓갈을 골랐다. Kim's Mart에서는 낙지 젓갈, 오징어 젓갈, 제육볶음, 불고기, 시금치, 우엉 조림, 오이 무침, 김치 등 다양한 반찬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육볶음이나 불고기는 프라이팬에 볶아 먹어야 해서 - 나는 글을 쓰는 지금도 프라이팬을 비롯해 그 어떠한 조리 도구도 소지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요리도 못한다. - 포기했다. 김치를 살까, 낙지 젓갈을 살까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나는 양가 할머니들 김치나 종갓집 김치 아니면 김치를 아예 안 먹는 편이기 때문에 - 이상하게 김치와 관련해서는 입맛이 매우 까다롭다 - 그냥 낙지 젓갈을 선택했다. 이 낙지 젓갈, 정말 맛있었다. 간이 조금 세긴 했지만, 젓갈이 다 짜지 않은가. 덕분에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도 밋밋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계산대에 바구니를 올리기 직전에 점심으로 먹으려고 일반 김밥도 하나 샀는데, 정말 맛없었다. 한국에서는 분식집에서 보통 1000 원이나 1500 원 정도에 양질의 김밥을 먹을 수 있는데 - 돌고래 시장의 제일 김밥에 가고 싶다. ㅠㅠ - 여기는 김밥 한 줄이 길지도 않으면서 무슨 4000원이나 했다. 구성도 너무 하찮았고, 여하튼 그 경험 덕분에 앞으로 Kim's Mart에서는 반찬이나 가공된 식품만 사기로 결심했다.

Kim's Mart에서 구매한 낫토와 낙지 젓갈. 낫토 사랑해!!!
Kim's Mart에서 구매한 우엉 조림과 일본산 참치살. 우엉 조림은 별로다.

사실 Kim's Mart는 앞으로도 애용하겠지만, 1월에만 세 번 방문했다. 한 번은 자전거를 수리 맡긴 날에, 두 번째는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받고 나서 햇반을 왕창 사려고 갔을 때, 세 번째는 최근인데, 도서관에서 숙제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너무 배 고파서 신당동 떡볶이 과자를 사러... 참고로 신당동 떡볶이 과자 큰 사이즈 하나가 한화로 6000 원에 달한다. 그렇게 비싼 과자를 또 굳이 사 먹은 나도 미쳤다. 아, 그런데 나는 한인 마트에서 일본 식료품도 같이 판매하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나는 낫토를 무척 좋아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낙지 젓갈 외에도 낫토 비빔밥도 여섯 번인가 해 먹었고 - 낫토 사랑해~ 청국장도 사랑해~ - 이상한 녹차 모찌 아이스크림도 사 봤고 - 별로 맛이 없다 - 내 식단에 단백질이 부족한 것 같아서 참치살도 샀다. 낙지 젓갈은 진작에 다 먹었고, 지금은 우엉 조림에 참치살을 반찬 삼아 햇반과 같이 먹고 있는 중이다. 참치살을 처음 먹을 때는 너무 비리지 않나 라고 생각했지만, 먹다 보니까 익숙해졌다. 그래도 저렴한 값에 단백질 공급원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5. UCD 캠퍼스 방문.

자, 나는 엄연한 교환'학생'이다. 따라서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한 가지 웃긴 사실은, 나는 한국에서 너무 힘들어서 일종의 휴식을 취하려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만, 어째서인지 작년 12월 14일에 종강해서 계속 자연대 동아리 업무도 보고, 출국 준비도 하고, 과외도 하면서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불쑥 데이비스에 와서 올해 1월 3일부터 겨울 학기를 다니고 있다. 그러니까... 그냥 쉬지도 못하고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해도 내가 평상시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기에 한국에서보다는 나은 것 같다. 데이비스에 막 도착했을 때는 친구들에게 차라리 학기가 빨리 시작돼서 할 일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말을 무척 후회한다. 친구들도 내게 "너, 막상 학기 시작하면 싫을 걸?"라고 말했지만. ㅋㅋ

UCD 전경 1.
UCD 전경 2.
누군가에게 앞바퀴를 도둑맞은 자전거.

연말 연시를 기준으로 미국 오미크론 확산세가 꽤나 심각해져서 1월 한 달 동안은 온라인으로 학습했다. 이 말인즉슨, 도서관과 ARC(체육관)을 제외하고 나는 아직 한 번도 UCD 강의실이나 빌딩에 출입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코로나 학번이라서 그런지 나는 나름 온라인 학습에 만족하면서 지냈다. 막상 다음 주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하자니 아침에 내가 잘 일어나서 제시간에 등교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ㅋ 어쨌든, 학교를 방문할 일이 없어진 나지만, UCD 측에서 1월 7일 전까지는 모든 학생들이 코로나 PCR 검사 결과를 마치라고 요구해서 1월 6일자 코로나 PCR 검사를 예약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ARC라고 하는 - UCD의 자랑거리인 듯하며, 실내에 암벽도 배치돼 있다 - 체육관부터 방문하게 됐다.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앞에서 말했다시피 거지 같은 미국의 서비스 속도 덕분에 할 수 없이 아침 일찍 우버를 호출했다. 그런데 예약까지 해 놓았던 우버 드라이버가 예정된 출발 시각 몇 분 전에 돌연 예약을 취소해 버려서 코로나 검진 시간에 늦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 ARC에서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캠퍼스도 조금 구경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캠퍼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서 다운타운으로 향했는데, 그 유명한 데이비스의 무슨 이상한 탑 같은 것도 실물로 봤다. 예전에 교환학생으로 UCD에 다녔던 어느 분 블로그를 봤을 때는 캠퍼스가 엄청 넓다고 소개돼 있었는데, 체감상 서울대보다 넓지는 않은 듯했다. 캠퍼스 전체가 다 평지라서 정.말.로. 너.무. 부.러.웠.다.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에 위치한 모든 대학들은 꿈꿀 수 없는 평지 캠퍼스라니! 그리고 나무도 많고, 잔디밭도 널려 있었다. 아침 일찍 가서 그런지 사람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UCD 캠퍼스는 내게 나름 좋은 첫인상을 남긴 듯하다. 아, 그런데 자전거 관련 범죄의 흔적도 같은 날에 목격했다. 누군가 자전거의 앞바퀴만 훌렁 떼 갔던데, 덕분에 웬만해서는 캠퍼스에 자전거를 주차해 놓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되새겼다.

Shields Library Main Reading Room 1.
Shields Library Main Reading Room 2.
Shields Library Main Reading Room 3.
Shields Library 4층 창문에서 바라본 안뜰.
Shields Library 입구 앞 조각상. UCD 졸업생인 조각가의 작품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UCEAP 교환학생 Whatsapp 그룹에서 만나게 된 B 누나 - 한국인이다. 한국인이다... 한국인 교환학생이다! - 와 같이 도서관을 방문했다. 혼자 가 볼만도 한데, 혼자 가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기에는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도서관 투어를 끝내고 외식하려는 속셈으로 내가 도서관행을 제안했다. ㅋㅋ 착한 B 누나는 도서관도 같이 가 주었을 뿐만 아니라, 4층에서 내가 잃어버릴 뻔한 보온병도 찾아 줬다. ㅠㅠ 도서관은 여러 군데가 있지만,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곳은 Shields Library다. 서울대로 치면 중앙도서관 격이랄까나.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그리고 UCD가 애초에 역사가 긴 학교가 아니다 보니까 도서관도 앤틱한 느낌은 덜했다. 그래도 한국 대학교 도서관에 비해서는 인테리어가 멋있긴 했다. 중앙 계단도 있고, 전형적인 서양 건물답게 가운데에 정원도 있었다.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의 구조가 굉장히 불친절했다. 보통 도서관이라면 '문학', '자연과학', '철학' 이렇게 분야별로 코너 이름이 정해져 있는데, 쉴즈 도서관은 그런 구분이 없어서 그냥 서가를 구경하기 불편했다. 물론, 특정 층과 코너로 가면 거기가 어떤 분야의 책들이 배치돼 있는지 눈치챌 수는 있지만, 알파벳으로만 구분해 놓을 바에 차라리 코너명 자체에 분야도 같이 써 넣는 편이 편리하지 않을까. 그리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24시간 스터디룸이 있긴 했지만 - 아직도 안 가 봤다 - 학생들 말로는 항상 사람이 지나치게 많고, 조명도 별로라서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도서관에 처음 간 날에는 B 누나가 거기서 숙제를 하고 싶다고 해서 쉴즈 도서관이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main reading room에 갔다. 아니, 그런데 reading room인데다가 벽면에 조용히 하라고까지 써 있는데도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러니까, '시끄럽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용하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무언가를 의논할 때 소곤소곤 말하지도 않았고... 덕분에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처음으로 시도해 볼 수 있기는 했다. ㅋ B 누나도 딱히 main reading room을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서 내 숙제를 다하고 그냥 B 누나랑 로비로 나왔다가 내가 책을 빌리고 싶다고 해서 4층 문학 코너로 가서 George Eliiot의 Middlemarch를 빌렸다. 보온병을 손에 쥔 채로 책을 찾으러 다니다가 보온병을 잃어버릴 뻔하기도...

Shields Library 2층 서가 옆자리에서 보이는 안뜰.
Shields Library 2층 서가 옆자리.

쉴즈 도서관은 이후에 통계 전공 그룹 프로젝트를 하러, 그리고 그냥 숙제를 마치러 두 번 정도 더 방문했다. 그러다가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마침내 찾게 됐는데, 바로 2층 서가의 창가 책상이다! 거대한 나무 바로 옆에서 가끔씩 야외 풍경도 힐끔거리면서 공부할 수도 있고, 떠드는 사람도 없어서 좋았다.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면 앞으로도 그 자리를 이용할 것 같다.

첫 도서관 방문 이후 B 누나와 갔던 Sam's Mediterranean 1.
첫 도서관 방문 이후 B 누나와 갔던 Sam's Mediterranean 2.
Shields Library 옆에 있는 정원 비스무리한 장소.
SHCS 내부 1.
SHCS 내부 2.

아, 그리고 학교와 관련해서 일 주일 전쯤에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러 보건소 비스무리한 Student Health and Counseling Services(SHCS)에 다녀왔다. 그런데 UCD가 얼마나 어이가 없냐면, health-e-messaging 사이트라는 곳에서 예방 접종 에약을 했더니 대뜸 SHCS로 가라고만 알려 줬다. 아니, 도대체 SHCS가 뭐의 약자인지를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ARC처럼 약자 그대로 검색해도 지도에 나오는 경우도 아닌데. 학교 웹사이트에는 SHCS로 가려면 ARC의 서쪽 입구인가로 들어가야 한다고 안내돼 있어서 ARC 주차장에 자전거를 대어 놓고 ARC로 갔더니 안내 직원 분께서 SHCS는 길 건너라고 알려 주셨다. 그리고 결국 예약 시간보다 7분 늦어 버렸다. 그래도 학교 건강 보험으로 예방 접종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어서 서비스 자체는 공짜 아닌 공짜였다. ㅋ

 

6. Konditorei 첫 방문.

Konditorei 전경.
Konditorei 가는 길에 찍은 칠면조 무리. 데이비스에는 칠면조 무리들이 간혹 도로 위를 유유히 걷는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뭐라 안 하고, 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ㅋㅋ 그리고 나는 Konditorei에서 대부분 칠면조 고기를 넣은 치즈 샌드위치 세트를 먹는다. ㅋㅋㅋ
Konditorei 내부 1.
Konditorei의 역사를 소개하는 글. 모든 테이블 유리판 아래에 깔려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심심해서 읽어 봤다.

벌써 네 번인가 갔고, 앞으로도 점심 먹으로 주구장창 갈 집 근처 베이커리를 소개한다. 그 정식 명칭은 바로 Konditorei Austrian Pastry.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스트리아 출신 파티쉐가 운영하는 오스트리아식 베이커리다. 그래서 엄청 클래식하다! BGM으로도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케잌은 맛있지 않은 듯하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등장할테니 그냥 글은 이 정도만 쓰겠다. 아, 그런데 확실히 지역 맛집이라 그런지 점심 때 가면 패스츄리가 하나도 안 남아 있다. ㅠㅠ 그래서 패스츄리를 먹고 싶다면 주말에 아침 일찍 가야 한다.

 

7. 타겟에서의 쇼핑은 중독되기 마련?

타겟을 1월에 총 세 번 갔다. 사실 중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필요한 물품이 생겨서 방문했으니까. 허투루 돈을 쓰고 싶어서 간 적도 없고 말이다. 그래도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추구한 소제목이랄까나. ㅋㅋ

타겟 가는 길 2. 사진 속에 보이는 빨간 버스가 Unitrans라고 하는 데이비스 시내 버스다. UCD 학생들은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타겟 가는 길 3. 길가의 꽃.

타겟에 다녀오는 길목에는 5th Street Plaza가 위치해서 12시 즈음에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점심을 사 먹기 좋다. Tasty Gourmet도 그 상가에 있고, Nami Sushi도 다녀오기는 했는데, 내가 1월 음식 게시글에 설명해 놓은 것처럼 맛은 처참했다. ㅋ Nami Sushi... 일식집이라길래 당연히 일본인이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중국인 가족이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하고 있었다. 중국인이 만들어서 맛이 없었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그냥 별로였다. 그리고 내심 왜 가게명이 Nami인지 궁금했는데, 가게에 들어서니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팬이신 듯한데, 거기 등장하는 여주인공 이름이 나미다...

5th Street Plaza 앞 전경.
Nami Sushi 가게 내부.
기라델리 다크 초콜릿. 나는 항상 먹고 나서 사진 찍어야 함을 깨달아서...

두 번째로 타겟에 갔을 때는 사실 간식 사러 갔다. 그래서 긴축 재정에 실패했다. ㅠㅠ 그런데 한국에 있을 때는 평상시에 이것저것 많이 주워 먹었는데, 여기 오고 나서 거의 매일 하루 세 끼만 딱 먹고 말아서 입이 심심하거나 배가 조금 고플 때가 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살 바에 차라리 긴축 재정 포기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간식만 많이 사왔다. 그래도 세라믹 접시 하나와 나이프 한 자루도 같이 사 왔다. 그리고 간식으로는 chip 종류로 Veggie 6개들이 세트 - 밴쿠버에서 홈스테이 할 때 자주 먹었던 과자라서 그런지 보자마자 갑자기 추억이 돋아서 바구니에 담았다 - 와 쿠키 종류로 Pepperidge Farm에서 출시한 여러 상품 - H*가 틈만 나면 Pepperidge Farm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나도 어느 샌가 먹고 싶어졌달까나. 한국에서는 주로 파리 바게트에서 판매하던데 (그래서 나는 처음에 H*가 Pepperidge Farm을 말할 때 그것이 뭔지 몰랐다) 한국보다는 여기가 더 싸다. 그리고 종류도 더 많다. -  그리고 팝 타르트를 사 왔다. 나중에 전구와 이것저것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러 세 번째로 방문했을 때는 기라델리 다크 초콜릿 팩도 2개 묶음 세일 하길래 그것도 샀고... 여담이지만, 솔직히 기라델리 초콜릿이 왜 세계 3대라고 불리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길리안이 훨씬 맛있는 것 같던데. 기라델리 밀크 초콜릿은 완전 별로다. 그리고 나는 원래 다크 초콜릿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참고로 내가 사 온 다크 초콜릿은 적어도 롯데에서 파는 다크 초콜릿 72보다는 괜찮은 듯하다.

타겟의 Pepperidge Farm 셀렉션.
두 번째 타겟 방문에서 사 온 것들. Tazo 티는 그닥이지만 나름 잘 먹고 있다.
타겟에서 사 온 고양이 컵 1. 셀카를 찍는 새로운 방법?
타겟에서 사 온 고양이 컵 2. 은근 비싸다.
Lean Cuisine - Spinach Ravioli with Cinnamon Bread.
Lean Cuisine - Swedish meatball.
Amy's Bowls - Mexican casserole.

아, 그리고 타겟에서 값싸게 냉동 식품도 많이 팔아서 갈 때마다 냉동 식품 세 개 정도는 사 오는 편이다. 아직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기는 한데, 지금까지 내 입맛에는 Lean Cuisine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시금치 라비올리가 제일 맛있었다. 사실 Lean Cuisine 음식이 다 맛있는 듯하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 내 소유의 프라이팬이 없기 때문에 냉동 식품 중에서도 그냥 전자레인지에 바로 돌려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사야 해서 조리 방법을 꼼꼼이 체크하고 사고 있다. ㅋ 아, 그런데 Lean Cuisine의 무슨 Swedish meatball 였나는 별로였다. 신 맛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Amy's Bowls라는 브랜드의 Mexican casserole을 시도했는데, 별로였다. Amy's가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높은데, 솔직히 그 가격에 걸맞는 맛을 자랑하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까지 하나만 먹어 보기는 했지만 느낌상 별로다. 그래서 앞으로는 대부분 Lean Cuisine에 정착해 보려고 한다.

 

8. 선글래스 상용화 위원회는 행복하다, 왜?

Selfie...

나는 원래 선글래스 쓰기를 엄청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틈 날 때마다 착용한다. 그래서 장난 삼아 친한 친구들한테 한국에 '선글래스 상용화 위원회'가 있어서 '선글래스 상용화 캠페인'을 벌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는데, 여기는 확실히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선글래스를 쓰고 그냥 걸어다니는 행인들이 굉장히 많다. 애석하게도 나는 선글래스에 도수가 없기 때문에 선글래스를 쓰려면 내게 이미 익숙한 길이거나 누군가가 나와 동행해 줘야 한다. 그래서 Konditorei에 가는 길에 익숙해졌을 때 나도 선글래스를 쓰고 외출해 봤다. 언젠가는 학교에도 선글래스를 착용한 채 등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너무 위험한 것 같기도...

 

9. Bank of America, 너희를 증오해.

사실 한 달 전 샌프란시스코 Powell Station에서 BoA 체크 카드 계좌를 개설할 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 거기서 내 업무를 담당한 은행원은 분명히 늦어도 1월 5일 경에는 플라스틱 카드가 내 캘리포니아 주소로 도착할 것이라고 안내해 줘서 나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세상에 1월 11일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한국이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범죄 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ㅋ 애타는 나의 심정은 까맣게 모르고 BoA의 고객 센터는 내 전화를 거의 받지 않았고, 샌프란시스코 Powell Street 지점은 걸 때마다 응답이 없고, 내 은행원 번호로 전화해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할 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 때 BoA 고객 센터에 다시 전화해서 내가 카드를 아직까지도 못 받았으니 내 캘리포니아 주소로 다시 배송해 달라, 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13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자 하는 수없이 나는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1월 24일)에 데이비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BoA financial center에 가서 은행원에게 내 상황을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고, 그래서 나는 데빗 카드를 재신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25분 정도를 거기서 보냈는데, 세상에 거기 은행원이 마지막에 카드가 급송으로 배달돼서 하루 이틀 정도 후면 내 아파트 메일함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급송이니까 $20 정도가 내 BoA 계좌로부터 자동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 그러니까 급송비를 말한다 - 통보했다... 하... 아니, 도대체 데빗 카드처럼 중요하고 평상시에도 자주 사용해 마땅한 카드를 한 달 가량이나 자기들이 잘못해서 안 보내 줬으면서 이제 와서 나한테 $20 더 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기고 황당했다. 그렇다고 "싫어, 돈 안 낼 테니까 늦게 받을래."라고 하기에는 당장 다음 달 아파트 월세도 내야 하고, AT&T 통신비도 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동의해 버렸다. 여하튼 BoA는 정말 쓰레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Chase에서 계좌 개설하는 것인데... 어쨌든,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Sharetea라는 밀크티 체인점에서 Fresh black milk tea를 사가지고 갔다. ㅋ

Panda Express에서 식사한 뒤 마신 Peet's Coffee 라떼.
Panda Express가 위치한 플라자.
Upper Crust Bakery - Fermented French Bread Loaf, Cinnamon roll

아,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BoA 해프닝과는 무관한 내용인데, 그냥 24일을 기점으로 그 근방에 했던 일들이라 여기에 같이 서술한다. 지난 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쉴즈 도서관에 가서 얼마간 공부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Panda Express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B 누나가 자기네 집 앞에 Panda Express가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데다가 맛도 괜찮다고 해서 갔다. 음... 확실히 저렴하기는 했는데, 막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음... 그렇다. 그냥 돈이 바닥나지 않은 이상 그냥 나는 내 집이랑 훨씬 가까운 Tasty Gourmet에 가려 한다. 아, 그리고 알고 보니 Panda Express가 위치한 곳이 데이비스 북쪽에 있는 또 다른 플라자여서 간 김에 플라자도 조금 구경했다. B 누나가 그 플라자에 새로 개점한 버블티 가게가 개점 기념 특가 세일을 하고 있대서 나 보고 꼭 가 보랬는데, 점심으로 중식을 먹어서 그런지 커피가 먹고 싶어져서 Peet's Coffee에 들러서 라떼를 사 마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들렀던 Peet's Coffee는 아메리카노 맛이 엉망이었는데, 거기서 주문한 라떼는 정말 맛있었다. 어쨌든, 새로운 장보기 및 쇼핑 스팟을 발견해서 언젠가 시간이 나면 거기에 다시 방문해 보고 싶다. 그런데 집에서 자전거로 약 20분 정도 거기라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와는 또 별개의 이야기인데, 이번 주 언젠가에 식빵을 사러 Upper Crust Bakery를 방문했다. 음... 식빵은 그냥 그랬는데, 약간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도는 맛이랄까나. 복잡하다. 그런데 파리 크루아상 식빵보다 맛있지는 않은 듯하다.

 

10. 페인트볼이 이렇게 아플 줄 몰랐지.

사실 1월 28일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다룰 거리가 지.나.치.게.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경과됐다. 그래서 지금은 1월 30일 새벽 2시다. 그래서 1월 29일, - 편의상 오늘이라고 하겠다 - 즉 바로 얼마 전까지 했던 일까지만 써 보려 한다. 2주 전쯤 UCEAP 교환학생 그룹에서 FA라는 싱가폴 친구가 토요일에 페인트볼 하러 갈 사람 있냐고 물었을 때 외국인 친구가 하우스메이트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없었던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개인적으로 가고 싶다는 내 의사를 전달했고, 나중에는 텔레그램 - 원래도 안 썼지만 N번방 스캔들 이후 전혀 쓰고 싶지 않았는데 - 그룹까지 만들어서 어떻게 일정도 조절하고, 금액이나 주의 사항도 받고 해서 오늘 페인트볼에 무사히 다녀왔다. 나를 포함해 총 10명이 오늘 같이 다녔는데, 6명은 싱가폴에서 왔고, 2명은 홍콩,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UCD 재학생이었다. 싱가폴에서 왔다는 6인방은 같은 대학에서 와서 집도 6명이서 같이 쓴다고. 그래서인지 서로 이미 친해질대로 친해져 있었다. 그래도 나도 나름 그 속에 잘 녹아 들었다고 생각한다.

페인트볼에서 만난 친구들.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모자이크 처리했다.
Davis Paintball 전경 1.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아니라 홍콩에서 온 친구다.
페인트볼용 헬멧과 총.

원래는 아침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해서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역시 내 오랜 습관은 어디 안 간다. 엄마가 항상 일찍 다니는 습관부터 길들이라고 잔소리했는데, 아직도 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5분 정도 지각할 것 같다고 다른 친구들한테 미리 말해 놓고 정말 전속력으로 2km 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 달리는 와중에 중간 지점쯤에서 자전거를 탄 또 다른 아시아인이 출현해서 내 앞에서 여유롭게 가길래 - 한마디로 내 앞을 막길래 - 더 이상 늦을 수 없어서 그냥 쓱 그 사람을 가로질러 갔는데, 알고 보니 오늘 같이 페인트볼을 할 친구였다. ㅋㅋ 위 사진들 중 네 번째 사진 속에 서 있는 사람이 그 친구(PL)다. 내가 페인트볼 입구 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진입하니까 뒤따라오던 그 친구가 나를 불러서 "Are you Charlie?"라고 물어서 그렇다고... 정말 신기한 점은, 나는 이번이 거의 최초의 등장이었는데, 페인트볼에 온 모두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나라는 것도 다 알고 있었다... 뭐, 자기네들끼리는 이미 먼저 한 번 봐서 그런 것 같은데, 그때는 내가 아직 Whatsapp 그룹 채팅에 접속하기 전이라서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그리고 오늘 내가 말을 하도 많이 해서 - 나는 극내향형 인간이지만,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만 흐르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 괜찮았던 듯하다. 어쨌든, PL이랑 페인트볼 센터로 쭉 들어가면서 어느 대학 다니고 있니, 뭘 전공하니, 어디서 왔니 등등 기초적인 정보를 교환했다. 나는 솔직히 PL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여담이지만, 오늘 페인트볼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착하고 재밌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홍콩에서 온 두 명과 더 잘 상응했달까나... 그냥 내 착각일 수도. 어떻게 사람이 한 번 만나고 모든 측면을 파악할 수 있겠나.

Davis Paintball 전경 2.
Davis Paintball 전경 3.

페인트볼은 난생 처음 들어 봤고, 따라서 당연하게도 난생 처음 해 봤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그냥 물풍선에 물감 넣어서 던지는 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총으로 물감이 든 총알을 쏘는 놀이...였다. 나중에 엄마한테 얘기해 주니까 엄마는 신입사원 MT 같은 곳에서 이미 한 번 해 봐서 뭔지 안다고.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총으로 사람을 맞추는 행위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달까나. 안전하면서 위험하다고 하면 자기 모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맞았을 때 꽤 아팠다. 그리고 내 경우 안경을 낀 채로 헬멧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 계속 쑤셔 넣다가는 내 몸값보다 비싼 안경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 결국 안경을 벗고 맨 눈으로 게임에 임했다. ㅋㅋ 나는 딱히 훌륭한 게임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 나름 재밌었달까나. 그래도 누가 다시 한 번 하자고 하면 그때는 안 하겠다고 확실하게 말할 테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의외로 홍콩과 싱가폴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너무 자세하게 알고 있어서 놀랐달까나. 우리가 쓰는 메신저가 카카오톡이라는 점도 알고, 네이버도 알고, 라인이 네이버 자회사라는 점도 알고... 여하튼 참 신기했다. 그에 비해 나는 싱가폴과 홍콩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 내심 미안했다. 페인트볼이 끝나고는 다운타운에 있는 Katmandu라는 인도 음식점에서 다 같이 늦은 점심 및 이른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4. 여담

창밖 풍경 1.
창밖 풍경 2.
창밖 풍경 3.
창밖 풍경 4.
창밖 풍경 5.
창밖 풍경 6.
창밖 풍경 7.

주변 사람들 중에 하도 방 보여 달라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겠다. 사실 방 내부 사진은 위에 이미 첨부했고, 내 방에서 보이는 풍경 사진을 올리려고 한다. 언젠가 H*가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처럼 다른 시간대에 창밖 풍경을 찍어 보라고 제안했는데, 나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서 틈 날때마다 찍어 봤다. 그리고 그냥 집 사진도 찍어 봤다.

Cambridge Apartments 집 앞 풍경 1.
아침이면 창밖으로 이 커다란 미국 참새들이 조잘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아랫집 정원 - 남의 집이지만. 되게 잘 꾸며놓고 사신다.
Cambridge Apartments 집 앞 풍경 2.
Cambridge Apartments 집 앞 풍경 3. 휘황찬란한 보름달.

아, 그리고 실은 에어팟 프로 덕분에 애플 뮤직 6개월 free trial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애플 뮤직에는 멜론이 막아 놓은 Dreams Come True의 "Love Love Love" 음원이 있어서 정말 원없이 들을 수 있다. ㅠㅠ 그리고 쿠라키 마이의 "君と恋のままで終われない いつも夢のままじゃいられない” 커버도 <명탐정 코난> 어쩌구 저쩌구 수학여행 TV 특별판 버전으로 돼 있다. ㅋㅋ

 

이렇게 1월의 데이비스에 대한 내 기록을 대충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여기에 못 담은 이야기도 꽤 있다만... 너무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