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마침내 완독했다. 고로, 이 글은 독후감 쓰기 문득 귀찮아져서 쓰게 됐다. 시리즈를 읽는 내내 정말 재밌었는데, 결말이 너무 싱겁달까나. 워낙 거대한 세 줄기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돼서 결말에 이르러서는 뭔가 '팟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지만, 하루키는 그 몫을 독자들에게 남겨둔 채 소설을 끝내 버렸다. 한글로 쓰인 서평 중에는 그럴싸하거나 이해되는 해석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일본어로 된 서평 - 내가 발견한 서평 전문 블로거는 해당 도서에 대해 무려 6편이나 되는 장문의 감상문을 작성했더라 - 을 파파고로 번역해서 쭉 읽어 봤다.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 고작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하루키가 총 1000페이지 가량(민음사 번역본 기준)이나 되는 장대한 글을 썼을까 싶어서 스스로도 고민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10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을 곱씹으면서 연대기의 의미를 추적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서 아마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데 또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사실 데이비스 정착기를 다룬 교환학생 일지도 쓰고 싶고(써야 하고), 어제 다녀온 샌프란시스코/버클리 여행에 대한 글도 남겨야 하지만, 다 보통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기에 산뜻하게 미국에 와서 먹은 음식에 대해서나 평을 남겨야겠다.
참고로 비록 당장은 야쿠시마루 히로코의 「WomanーWの悲劇より」가 재생되고 있지만, 타자를 처음 치기 시작했을 때는 마츠토야 유미의 「守ってあげたい」를 듣고 있었다. 아, 야쿠시마루의 곡도 실은 유밍이 작곡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읽은 바로는 그 곡이 유밍이 타가수에게 '준' 수많은 노래들 중에서 최상의 질을 자랑한다고 유밍 본인이 말했다고. 그래도 요즘에는 유밍 노래를 훨씬 자주 듣는다.
So you don't have to worry, worry.
守ってあげたい、あなたを苦しめる全てのことから
별점 표기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모든 음식은 5점 만점으로 평가됐으며, 검은색이 1점을 의미하고, 0.5점의 경우 적당한 이모티콘을 찾을 수 없어 한자(星)으로 표기한다.
1. 샌프란시스코
2. 버클리
3. 데이비스
1. 샌프란시스코
1-1. The Little Chihuahua
메뉴: Garlic shrimp buritto
별점: 星☆☆☆☆
사진 없음. 이유는 https://cco2002.tistory.com/7 에서 찾아 보시길. 예의상 0점은 주지 않지만, 정말 별로였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미국답게 엄청나게 커다란 부피의 '마치 떡 같이 생긴' 부리토였는데, 포크 세 번 찌르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사실 식사 당일 여러모로 일이 꼬였기에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부리토도 덩달아 맛없게 느껴졌을 수도. 이것은 사실 메뉴를 자세히 읽지 않고 주문한 내 잘못이긴 한데, 잘린 고수가 구석구석 아주 촘촘히 박혀 있다. 그리고 나는 고수를 '안' 좋아한다. 그런데 로컬 맛집인 것 같긴 하던데 - 사람들이 픽업하러 간간이 오긴 했다 - yelp 리뷰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훌륭한 교훈을 안겨 줬다.
1-2. The Mill
메뉴: Cinnamon Sugar w/ butter + sea salt on country bread
별점: ★★★★☆
맛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브런치 맛집을 검색해서 간 보람이 있었다. 그렇다고 little chihuahua를 막무가내로 들어간 것은 아닌데. ㅋ 굵은 바다 소금이 뿌려져 있어서 그런지 단 맛과 짭조름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토스트도 바삭하게 구워져서 좋았다. 처음 딱 받으면 '크기가 왜 이렇게 작아?'하면서 조금은 실망하지만, 막상 다 먹고 나면 은근 배부르다. 그래도 차가 없는 여행객들은 항상 배고프니 식사를 하러 여기에 들른다면 한 사람당 토스트 두 개 시키기를 권장한다.

1-3. Ferry Building: Boulettes Larder + Boulibar / Cheesequakes / Chinese... sthg / Bluebottle Coffee
메뉴: (순서대로) Margheritta Pizza(?) / 어쩌구저쩌구 Stew / Blackberry swirl cheesequake / Egg roll / Espresso: Latte
별점: ★★★星☆ / ★★☆☆☆ / ★★★☆☆ /★★★★☆ / ★★★☆☆
사진 없음. 자... 사실 이때 배가 너무 고픈 상태에서 중국식 에그롤을 먹었기 때문에 평가가 지나치게 후하게 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사실 에그롤은 나중에 Tasty Gourmet에서도 먹었는데, 거기 에그롤보다 Ferry Building에서 먹은 에그롤이 훨씬 맛있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겉표면은 바사삭하고 씹히는데 안에 들어간 소(?)도 알찼다. 그리고 따뜻한 상태에서 바로 먹으니까 더욱 맛있었다. 먹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 웬만하면 서있는 자리에서 바로 흡입해 버려도 괜찮다.
그리고 나서 아직도 배가 지나치게 고파서 Cheesequake에서 Blackberry swirl cheesequake을 먹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가격을 생각해 보면 괜찮지 않을지도. ㅋ 이것도 나름 배부르다. 그런데 치즈 맛이 그렇게 강렬하게 나지는 않고- 맛이 난다고 해도 아마 까망베르 유의 치즈였던 것 같은데, 나는 까망베르나 브리 치즈 좋아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 뭔가 애매모호하다. 미묘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맛있다고 생각할지도.
그다음에 Boulettes Larder + Boulibar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피자랑 스튜를 주문했는데, 사실 피자는 동행 메뉴였고, 나는 스튜를 골랐다. 피자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나폴리 피자는 아니고, 한국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얇은 반죽의 화덕 피자였다. 가격을 생각하면 음... ^^ 하지만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그러니까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피자를 꼽을 수 있을 정도 - Ferry Building까지 가서 이 가게에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대망의 스튜. 스튜는 대실패였다. 먹다 보니 먹을만해졌지만, 첫 숟가락을 떴을 때 그 실망감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당일 내내 비바람이 부는 탓에 굉장히 추워서 뭔가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고 싶어 스튜를 주문했지만, 막상 내 앞에 놓인 음식은 국물이란 한 방울도 보이지 않은, 뭐랄까 서양식 죽 같은 느낌이었다. 여하튼 그 가격에 그런 맛의 음식을 그런 날씨에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Blue Bottle. 평범했다. 날이 추워서 Coit Tower로 걸어가는 길에 따뜻한 것을 쥐고 싶었기에 샀는데, 한국에서 먹으나 여기서 먹으나 도긴개긴이다. 솔직히 스타벅스보다 비싼 값 치르고 여기 커피를 마실 이유는 하등 없는 듯하다. 그래도 도쿄 아오야마에서 먹었던 블루보틀 라떼는 정말 맛있었다. 그때 같이 갔던 엄마 말로는 아메리카노는 별로라고. 사실 커피는 주말에 아빠가 간간이 만들어 주던 것이 제일 맛있다. 그런데 그 커피를 먹으려면 이래라 저래라 아빠한테 잘 보여야 한다. 그리고 생색도 많이 내서 여간 마시기 쉽지 않다.
1-4. Ghiradelli Square Cafe
메뉴: Decadent Drinking Chocolate / Chocolate Brownie
별점: ★★★星☆ / ★★☆☆☆
사진 없음. 다크 초콜릿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굳이 Decadent 음료로 주문했는데, 충분히 다크하지 않았다. 정자동 카페거리에 있는 고디바 다크초콜릿 드링크보다도 더 달았던 것 같다. 나는 초콜릿 중에서도 '진한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다크 초콜릿 맛이라고 내놓은 메뉴들 치고 제대로 깊은 맛이 나는 음료도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여하튼 기라델리 초콜릿이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두고 있으니까 방문했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맛과 관광지였다. 굳이 시간 내서 갈 필요는 없는 듯하다. 그리고... 브라우니는 대실패. 한국인 입맛에 굉.장.히. 지.나.치.게. 달다. 그래도 저녁을 굶고 싶다면 이 브라우니를 사먹길 추천한다. 브라우니를 먹고 나니까 입에 뭔가를 넣고 삼키고 소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말끔히 지워진 덕분에 저녁비를 굳힐 수 있었다. 어쨌든 나는 6000원 돈 주고 그런 브라우니 다시는 먹고 싶지 않다. 아, 그리고 나는 당장 먹고 싶지 않으니까 데울 필요도 없고 상자에 넣어 달라고 했는데, 굳이 친절하게 '데워서 종이 포장지' 안에 넣어 줬다.
1-5. Zazie
메뉴: La Mer Egg Benedict / Americano
별점: ★★★★☆ / ★★★☆☆
맛있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다. 모처럼 샌프란시스코에 놀러온김에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때마침 던지니스 크랩 - 미국 서해안 바다에 서식하는 게 종이라고 한다 - 살을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메뉴가 있다고 해서 주문했다. 게살이 적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고, 따라서 게살의 '풍미'라고 할만한 맛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에그 베네딕트 자체는 괜찮았지만, 사이드로 나온 감자와 마늘 간이 매우 셌다. 미국인들 입맛에는 맞을지는 몰라도 내 입맛에는 너무 짰다. 커피는 솔직히 Peet's coffee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보다 맛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잔이 아니라 누룽지 그릇 같은 데 담아 줘서 신기했다. 로컬 맛집이니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앉을 자리가 없어진다.

1-6. Squat & Gobble
메뉴: Crepe with Nutella & Strawberry
별점: ★★★☆☆
먹을 만했다. 브런치 맛집이라고 해서 굳이 찾아갔는데 - 사실 어차피 마리나 지구를 관광할 계획이었기에 그 근처에서 브런치를 먹을 요령이긴 했지만 - 뇌리에 강렬히 남을 크레페가 먹고 싶다면 여기 말고 다른 곳을 찾아 보기를 권장한다. 같이 간 친구(추후 교환학생 일지에 MJC로 등장할 예정이다)는 시저 샐러드처럼 생긴 메뉴를 먹었는데, 걔도 딱히 맛있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크레페는 평범했다. 다만, 크레페 위에 얹어서 먹으라고 줬던 생크림은 상당히 맛있었다. 생크림만 따로 팔아도 될 정도였는데, 크레페 자체 - 빵을 의미한다 - 가 그저그렇다 보니까 생크림의 효과가 미미해졌다. ㅋ

1-7. AA Bakery
메뉴: Egg tart / White lotus moon cake with yolk
별점: ★★★星☆ / ★★星☆☆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는 맛집이 정말 많은 듯하다. 사실 에그타르트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는 여기가 아니라 Golden Gate Bakery인데, 거기는 장사가 너무 잘 되는 나머지 겨울에는 틈만 나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 그 기간에 오너 가족이 여행을 가는 듯하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AA Bakery를 방문했는데, 여기도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패스츄리나 빵을 사 갔다. 차이나타운 에그타르트가 워낙 유명하다길래 그것은 기본으로 하나 사고, 뭔가 중국식 베이커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고르고 싶었는데 때마침 MJC가 Moon cake을 추천해 줬다. 차이나타운에 사람들이 꽤 많아서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먹기에는 조금 부담 됐다. 그래서 저녁을 먹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에그타르트를 먹었는데, 식었는데도 나름 맛있었다. 커스타드 자체는 한국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에그타르트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무엇보다 날달걀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맛이 없었다기 보다는 그냥 신기했고, 신선한 계란을 사용했구나 정도. 다만 크러스트가 별로였다. 취향차겠지만, 나는 단단한 크러스트를 더 좋아한다. 특히 타르트를 먹을 때는 더더욱. 그런데 여기 에그타르트의 크러스트는 부스러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약간 크루아상 재질이라서 생각했던만큼 맛을 즐기지는 못했다. 그리고 Moon cake을 평가해 보자면, 그냥 그것 말고 walnut cookie를 살 걸 그랬다. Moon cake 하나가 거의 $10보다 조금 비쌌던 것 같은데, 어쨌든 생전 처음 보는 메뉴에 MJC가 맛있다고 하니까 그냥 도전해 볼겸 샀는데, 다시 가면 안 살 것 같다. Moon cake이라고 해도 속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가격도 다르고 메뉴도 다르다. 나는 white lotus, 그러니까 흰 연꽃잎(?)을 넣은 메뉴 - 이것도 MJC가 가장 기본적인 moon cake이라고 알려 줘서 골랐다 - 를 시켰다. 주문하면서 종업원 분께서 'with yolk or no yolk?'라고 내게 물어 보셨는데, yolk가 뭔지 몰라서 MJC한테 물어 보니 노른자라고... 그때 새삼 영어 공부 더 해야겠다고 느꼈다. ㅋ 이때도 또 MJC가 무조건 노른자랑 같이 먹어야 한다고 일러 줘서 넣어 달라고 말씀 드렸다. Moon cake은 호텔 안에서 먹었는데,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불러지는 그런 맛인 데다가 중국 요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름 맛이 많이 나서 1/3만 먹고 나머지는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점심으로 먹었다. 호텔에서 먹은 부위에는 노른자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서 너무 기름지기만 했는데, 오늘 노른자가 들어 있는 부분을 마저 먹으니까 왜 노른자가 있어야 하는지 절감했다. 간을 맞춘 노른자가 느끼한 white lotus 맛과 균형을 이루면서 비로소 moon cake의 맛을 완성했달까나.



1-8. California Fish Market Restaurant
메뉴: Spaghetti con Bottarga / Crab chowder / Sautéed Cozze & Vongole
별점: ★★★星☆ / ★★★★星 / ★★★星☆
예상치 못하게 방문했지만, 정말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다. 스타터 메뉴로 crab chowder가 먼저 나왔다. 차우더라고 하길래 당연히 빵으로 된 볼에 담겨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그릇 볼에 담아 줬다. 그런데 너무 맛있었다! 같이 간 MJC도 자기가 미국에 와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게살을 정말 아낌없이 팍팍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양도 적지 않았다. 차우더니까 기본적으로 크림 베이스의 스프라서 어느 정도 느끼할 줄 알았는데, 느끼하지도 않았다. 좋은 버터와 좋은 소금을 사용했음이 분명했다. 그 다음에 각자 메인 요리로 시킨 Spaghetti con Bottarga(나)와 Sautéed Cozze & Vongole(MJC)는 그냥 그랬다. 스파게티의 경우, 오일 파스타 치고 약간 팍팍하긴 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 서서히 그 맛이 돋아났다. 메뉴판 설명란에 roe가 들어간다고 해서 나는 대구살을 곁들인 스파게티라고 착각했다. 알고 보니까 어란... 그래서 먹을 때 '도대체 대구살은 어디 있는 거야?'하면서 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오돌토돌 씹히던 것들이 어란이었나 보다. 그래도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다. 그리고 MJC가 시킨 메뉴도 조금 먹어 봤는데, 대충 홍합과 가리비(?) 찜이었다. MJC는 만족하면서 먹었는데, 나한테는 간이 조금 짰다. 아마 그 메뉴도 먹을수록 더 마음에 드는 메뉴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두 메인 코스 모두 한 입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음식은 아니었다. 아, 그래도 해산물 하나는 매우 싱싱했다.


1-9. Sears Fine Food
메뉴: Our World Famous 18 Swedish Pancakes / Orange juice
별점: ★★★星☆ / ★★★★★
사실 오믈렛이나 프렌치 토스트 - 원래 팬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가 <버터핑거 팬케이크>에 가도 항상 Jeanne's French Toast Special을 주문한다 - 를 먹고 싶었지만, 자기네 팬케이크를 'world-famous'라고 설명하는데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만약 동행이 있었다면 팬케이크가 18장이나 나오니까 그에게 이 메뉴를 시키라고 하고 나는 오믈렛을 주문했을 것이다. 그런데 18장 나온다는 말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넓적한 팬케이크 18장이 아니라, 작은 사이즈의 팬케이크가 3장씩 겹쳐서 총 6개의 탑을 이룬 채 나온다는 뜻이었다. 옆 테이블 아줌마가 'oh, that's so cute'라고 하셨다. ㅋㅋ 그런데 맛은 솔직히 'world-famous'는 아닌 듯하고, 그렇다고 맛이 없지는 않았다. 애초에 팬케이크가 맛있어봤자... 지만, 내 팬케이크 맛의 평가 지표인 <버터핑거>와 비교했을 때 버터핑거 것이 더 맛있는 듯하다. 그래도 빵이 아주 촉촉했고, 짭조름한 버터와 달짝지근한 메이플시럽을 곁들여서 먹으니까 딱히 질리지도 않았다. 메뉴가 막 나왔을 때는 '내가 이렇게 많은 양을 어떻게 혼자 다 먹어...'라고 생각했는데, 어렵지 않게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대망의 오렌지 주스! 사실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내가 자리로 안내받기를 기다리는 동안 웨이터가 오렌지 주스 3잔을 테라스 좌석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오렌지 주스가 미친듯이 먹고 싶어졌다. 정말... 맛있었다. 사실 오렌지 주스 주문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절반 가량의 브런치 레스토랑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달짝지근한 오렌지 주스 - 갈린 오렌지의 식감조차 느낄 수 없는 -를 쓸데없이 높은 가격에 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 오렌지 주스는 갈린 오렌지를 씹을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시지도 않은, 모든 맛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1-9. Lemonade
메뉴: Turkey El Tijuana Sandwich / Classic lemonade
별점: ★★★★☆ / ★★星☆☆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을 때는 '실패했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칠면조 고기에 간이 너무 안 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아보카도도 많이 들어갔고, 할라피뇨와 사워 크림과 적당하게 구워진 바삭바삭한 치아바타 빵이랑 같이 먹으니까 간이 딱 맞았다. 그리고 샌드위치 자체가 작지도 않아서 넉넉한 한 끼가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게 이름은 Lemonade인데 막상 classic lemonade는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물론, 내가 2주 전에 먹었던 KFC house lemonade에 비하면 훨씬 맛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Sears Fine Food에서 마신 오렌지 주스처럼 뭔가 생과일을 사용했다는 느낌을 받길 원했는데, 그런 느낌은 딱히 아니었다.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간 듯하다.

2. 버클리
2-1. Chengdu Style
메뉴: Eggplant with Garlic Sauce / Mapo Tofu / Kungpao Chicken / 어쩌구 저쩌구 noodle
별점: ★★★★星 / ★★★★☆ / ★★★星☆ / ★★★星☆
가지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지나치게 짜지도 않았고, 달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지 자체가 잘 익어서 맛있는 정도로 부드러웠다. 마파 두부도 맛있었고, 두부가 정말 부드러웠다. 한국에서 급식으로 먹던 마파 두부와는 차원이 다른. 사실 한국 마파 두부는 찌개용 두부를 사용해서 그런지 식감이 약간 꺼끌꺼끌했는데, 여기 마파두부는 연두부 같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닭고기와 메뉴명을 정확히 모르겠는 면 요리는 그냥 그랬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여기 양이 엄청 많다. 메뉴 하나 시켜서 점심, 저녁 둘 다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여기 다시 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UC 버클리에 재학하거나 버클리에 체류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 볼만하다.

3. 데이비스
3-1. Pho Tasty
메뉴: Pho Bo Filet Mignon, Well-done / Thai Tea
별점: ★★★☆☆ / 星☆☆☆☆
사진 없음. 쌀국수는 평범. 따뜻한 요리가 먹고 싶다면 추천하지만, 그외에는 딱히 더 갈 일은 없을 듯. 그리고 Thai Tea는... 최악. 너무 맛없어서 - 그런데 양은 되게 많다 - 조금 먹다가 거의 남기고 자리를 떴다. 사장님처럼 보이는 분께서 나한테 thai tea 안 싸 갈 것이냐고 물어 보셔서 약간 무안했다.
3-2. Tasty Gourmet
메뉴: Egg roll / Shrimp dumpling / Chicken fried rice / Beef chow fun
별점: ★★★星☆ / ★★★★☆ / ★★★★★ / ★★★星☆
데이비스에서 보석을 발견하다. 데이비스에 거주한다면 무조건 이 엄청난 중화요리집에 가 봐야 한다. 그 정도로 맛있다! 사실 beef chow fun도 맛있긴 했는데, 양이 너무 많은 데다가 - 덕분에 저녁값을 또 아꼈다 - 중화요리 특유의 기름기가 조금 거슬렸달까나. 그런데 사실 중화요리는 기름진 맛에 먹기도 하지만... 어쨌든, 맛있긴 했지만 너무 기름졌다. 그리고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소고기가 같이 나오는데, 큼직한 소고기 조각들이 엄청 많이 들어가 있다. 면이랑 고기랑 같이 먹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에그롤은 그냥 그랬고 - 너무 두꺼웠다, 새우 딤섬은 정말 맛있었다. 특히 통통한 새우알이 큼지막하게 들어 있어서 그다지 배고프지 않다면 새우 딤섬 하나만 시켜도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만두피가 약간 두꺼운 점이 흠이기는 하지만, 새우 소 자체의 풍미가 단점을 충분히 보완한다. 그리고 여기 볶음밥은 그야말로 진리. 솔직히 분당 칸지고고 XO 게살볶음밥에 버금가거나 그를 능가한다.


3-3. KFC
메뉴: Spicy chicken sandwich combo
별점: ★★星☆☆
엄청 크고 짜다. 특히 감자튀김이 매우 짜다. 거의 소금에 절였다가 뺀 듯한 맛이 난다. 치킨은 큼직하고 맛있다. 약간... 여기 KFC 버거를 먹고 나니까 한국 KFC 치킨은 크기나 맛에 있어서 모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음료는 그냥 콜라나 사이다를 추천한다. 클래식 레모네이드 주문했는데, 반만 먹고 반은 버렸다. 전혀 클래식하지 않다고 느꼈는데, 미국인들의 '클래식'은 다르게 정의되나 보다.

3-4. Kim's Mart
메뉴: 일반 김밥
별점: ★星☆☆☆
한인 식재료 마트인 Kim's Mart에서는 여러가지 롤이나 김밥도 함께 판매한다. 구매 당시 이미 식료품 등으로 5만 원 정도 지출한 상황이라서 제일 싼 메뉴인 일반 김밥을 사 왔는데, 역시 식료품 가게는 식료품 사는 용도로만 이용하자. 채식주의자들을 겨냥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김밥 구성 중에는 맛살도 없었던 것 같고, 이러나 저러나 재료구성이나 맛에 비해서 가격이 뻥튀기돼 있다.

3-5. Konditorei Austrian Pastry
메뉴: Turkey & Cheese lunch sandwich / Apple vanilla sthg / Lemon tart / French roast coffee / Omelette / Vienna Coffee
별점: ★★★★星 / ★★星☆☆ / ★☆☆☆☆ / ★★★★星 / ★★★★星 / ★★★★☆
칠면조 고기는 딱 먹기 좋게 썰려 있고, 치즈도 비록 슬라이스지만 맛이 괜찮다. 싱싱한 토마토와 배추를 사용하는 듯하며, 무엇보다 통밀빵이 상당히 맛있다. 이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같이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조화로운 맛이 좋다. 그리고 덤으로 샌드위치와 함께 주는 후식용 오스트리아 전통 과자가 무척 맛있다. 고급진 버터링 쿠키 위에 적당히 단 설탕 가루가 뿌려져 나온다. 그리고 이 런치 세트와 함께 French roast 커피를 함께 마셔주면 완벽한 점심 식사가 완성된다. 여기 커피가 Peet's coffee나 다운타운에 있는 Black frog coffee보다 훨씬 맛있는 듯. 그런데 정작 가게가 홍보하는 바와는 달리 오히려 패스츄리 및 디저트 메뉴가 별로인 듯하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레몬 타르트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타르트라면서 밑에 크러스트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꾸덕꾸덕한 질감을 기대했는데, 이게 왠걸, 포크로 타르트를 누르자마자 포크가 쑥 하고 밑으로 꺼져 버렸다. 이 말인즉슨, 꾸덕은 무슨 완전히 스펀지 같았다. 마치 싱싱한 - 그래도 나름 동네의 유명한 베이커리랍시고 재료는 싱싱한 것들을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 레몬향이 어우러진 스펀지를 씹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apple vanilla 어쩌구는 그냥 그랬다. 그렇게 특별하지도, 맛없지도 않은. 하지만 다시 먹을 일은 없다. / 오믈렛 진짜 맛있다. 안에 구운 베이컨이랑 양념된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 있고, 계란도 잘 풀렸다. 사이드로 주는 토마토와 오이도 싱싱하고, 무엇보다 오믈렛에 발라 먹으라고 옆에 준 사워 소스도 아니고 타르타르 소스도 아닌 Konditorei의 특제 흰 크림이 굉장히 맛있었다. 사실 그 소스 자체는 짭쪼름한 편이기는 하지만, 오믈렛에 같이 발라 먹으니까 균형이 잘 맞았다. 그리고 이 베이커리의 커피는 항상 맛있다. 프렌치 로스트 말고 다른 메뉴를 시도해 보고 싶어서 비엔나 커피를 시켜 먹었는데, 비엔나도 맛있었다. 프렌치 로스트는 조금 질려서 당분간은 비엔나를 주문해 보려 한다.




3-6. T4
메뉴: Black boba tea
별점: ★★★☆☆
평범한 버블티 맛. 그러나 공차 기준 당도 80% 이상인 듯하다. 나는 한국에서도 공차 당도를 항상 25% -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최저 - 로 조정해서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여기 버블티가 지나치게 달게 느껴지기는 했다. 타피오카 - 여기에서는 boba라고 부른다 - 도 그렇게 부드럽게 씹히지는 않았다. 같이 갔던 누나(추후 교환학생 일지에 YB로 등장할 예정이다)는 '너무 달다'라고 평하며 다 마시지 않았다. 물론, 나는 다 마셨다. 뽕을 뽑아야 하니...

3-7. Burgers & Brew
메뉴: Avocado cheeseburger (medium-rare)
별점: ★★★星☆
아보카도 많이 줘서 좋았다. 양이 굉.장.히. 많다. 사이드로 나온 감자튀김은 절반밖에 먹지 못한채 남겼다. 주문할 때 고기 패티의 굽기 정도도 같이 물어 보는데, YB 누나 따라서 미디엄 레어로 시켰다. 패티 굽기 정도를 물어보는 햄버거 집도 난생 처음이고, 햄버거에 아보카도 같이 넣어서 먹은 것도 처음... ㅋ 사실 한국에서 아보카도 안 좋아했는데, 점점 아보카도에 맛들려 가는 중인 듯하다. 그런데 가격만큼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다만, 고기 패티는 햄버거가 다 식은 후에 먹어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아마도 문제는 빵에 있다.

3-8. Nick the Greek
메뉴: Lamb Gyro Bowl
별점: ★★★★☆
소스가 많아서 짰지만, 양고기도 많이 들어 있었고, 풍성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여러 가지 소스가 섞여 있어서 야채의 신선함 따위를 평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고기가 맛있었으니 됐다. 동남아 쌀밥 같은 - 하지만 색은 노란색인 - 음식이 볼 밑에 깔려 있는데, 그것과 고기와 야채를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사실... 기억이 그렇게 잘 나지는 않지만, 식사 후 만족스러워 했던 것만큼은 틀림없다.

3-9. Sam's Mediterranean Cuisine
메뉴: Shawarma on Pita - Mix
별점: ★★★星☆
그냥 평범한 케밥 맛인데, 사실 케밥 메뉴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메뉴와 케밥은 엄연히 다를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지는 여기서 케밥을 시켜 본 다음에 비교해야 할 듯하다. 처음 먹었을 때는 딱히 케밥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재료 구성은 위 Nick the Greek에서 먹었던 gyro bowl의 것과 유사한데, 다만 pita라는 그리스 빵 - 인도 난처럼 생겼다 - 위에 재료들을 모두 올려놓은 뒤 케밥처럼 말아 먹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먹었다기보다 음식이 그렇게 생겼다. 워낙 커서 한 입 베어 물기가 어렵지만, 다 먹고 나면 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도 있고, 나는 씹을수록 피타 특유의 맛이 느껴져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방문한다면 그때도 피타가 같이 나오는 메뉴를 선택할 듯하다. 아, 그런데 피타가 그렇게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기는 했다 - 두툼했다.

3-10. Panera
메뉴: Avocado, Egg White & Spinach Breakfast sandwich / Hot chocolate
별점: ★★★★☆ / ★★星☆☆
맛있다! 시금치도 잘 익혔고, 계란 흰자도 푸석푸석하지 않고 탱글탱글했다. 아보카도도 맛있기는 했는데, 사실 내가 아보카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이 아보카도는 맛있고 저건 맛없어 라고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양이 조금 적긴 하지만 어차피 아침 식사 메뉴라서 양이 많을 필요도 없다. 핫초코는 그냥 그랬다. 카라멜 시럽이 그냥 위에 뿌려져 있어서 안 그래도 단데 더 달게 먹은 듯하다.

3-11. Nami Sushi
메뉴: Salmon temaki sushi / Chicken teriyaki bento
별점: ★★星☆☆ / ★★星☆☆
다시 안 간다. 지역 일식 맛집이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싱싱하지도 않은 생선, 그리고 딱히 맛있지도 않은 데리야기 치킨이었다. 그렇다고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그 가격에 그런 음식 먹으러 다시 가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도 서비스는 친절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냉정하게 맛만 평하겠다.


3-12. iTea
메뉴: Takoyaki / Roasted oolong boba tea
별점: ★★★★☆ / ★★★星☆
개인적으로 이 집 버블티가 T4보다 더 맛있었다. 양도 더 많고, 당도도 조절할 수 있어서 평소에 내가 먹던대로 덜 달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타피오카 버블이 한국 공차보다 맛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공차도 지점, 그리고 날에 따라 복불복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날 저녁 대신으로 타코야키를 먹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은근히 맛있었다. 속도 꽉 차 있었고, 가쓰오부시도 많이 줬다.

3-13. Sharetea
메뉴: Fresh Black Milk Tea
별점: ★★★星☆
애초에 단 음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당도를 30%로 낮췄더니 확실히 안 달더라. iTea에 비해서 비싸긴 했는데 맛은 도긴개긴. 사실 그냥 블랙티를 마시고 싶었는데, 왠지 모르게 우유도 같이 넣고 싶어져서. 그런데 사진에 나와 있는 'fresh milk'의 형태가 아니긴 했는데... 그럴 거면 그냥 밀크티 메뉴랑 뭐가 다른 건지. ㅋ

3-14. Black Bear Diner
메뉴: Chicken Avocado Club Sandwich
별점: ★★★星☆
여기 유리 식탁판 밑에 있는 레스토랑 설명을 쭉 읽어 보면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질문이 절로 드는데, 내 대답은 '별로...'다. 대표 메뉴를 시도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그랬다. 아, 그래도 치킨 손질 및 굽기는 적당했고, 양이 꽤 많아서 나중에 집에 싸 와서도 남은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었는데, 다 식어도 닭고기가 맛있었다. 그런데 토스트를 거의 태우듯이 구워서 줘서 조금 별로였달까나. 물론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 그렇게 메뉴를 설계했으리라고 예상되지만, 어쨌든 나는 클럽 샌드위치에 토스트 샌드위치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아보카도는 많이 줘서 좋았다. 샐러드는 별로다. 사이드 디쉬로 그냥 감자튀김을 주문하자.

3-15. Panda Express
메뉴: Plate - Fried rice, orange chicken, egg plant tofu
별점: ★★星☆☆
음식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물가 비싼 지역에서는. 볶음밥은 나름 괜찮았으나 매장에서 담아 줄 때 애초에 식어 있었다. 완두콩이 더 많이 들어갔다면 더 맛있었을 것 같은데, 완두콩은 커녕 당근도 조금 들어 있었다. 오렌지 치킨은 맛있었다. 다음에 간다면 그냥 오렌지 치킨으로만 사이드 디쉬를 채울까 생각 중. 그리고 문제의 가지 두부 반찬. 버클리 Chengdu Style에서 먹었던 가지 조림이 너무 황홀해서 여기에서도 비슷한 메뉴를 주문했는데, 가지가 거의 안 익은 채로 나온 듯했다. 거의 '씹어' 먹어야 했다. 아삭, 소리까지 났으니.

3-16. In N Out Burger
메뉴: Cheeseburger combo
별점: ★★星☆☆
솔직히 인앤아웃 찬양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뉴욕 컬럼비아대 앞에서 먹었던 쉑쉑 버거가 훨씬 맛있고 고급진 것 같다. 그냥 가격이 싸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로 득 볼 것이 없는 버거인 듯한데, 어쩌면 내가 이 버거를 굳이 먹어 보겠다고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가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진입할 뻔하고, 차에 두 번이나 치일 뻔해서 '이게 내 목숨만큼 맛있나?'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세워서 그런 것일지도. 패티가 한국 버거킹 패티보다 훨씬 맛있기는 했다. 빵도 잘 구워서 바삭바삭하게 만들었다. 먹으면서 바삭한 식감은 도대체 어디서 느껴지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천천히 씹다 보니까 빵 가장자리 크러스트에서 나는 맛임을 알아차렸다. 뭐, 버거가 사실은 빵과 패티가 다긴 하지만 그래도 그 명성만큼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감자튀김 정말 맛없다.

3-17. Katmandu
메뉴: Chicken Tikka Masala + Thali
별점: ★★★星☆
치킨 티카 마살라 소스는 무척 맛있었다. 맵기를 중간 정도로 맞춘 덕분에 콧등에 송글송글 땀을 맺혀 가면 먹지 않을 수 있었다. ㅋ 소스 자체는 부드럽다. 크림 맛이 풍부하게 났다. 그런데 소스와 밥과 함께 나온 카레맛 스프가 너무 묽었다. 난도 꽤 맛있었다. 그런데 웃긴 점은, 똑같은 메뉴의 가장 낮은 맵기를 주문한 친구의 마살라 소스를 번갈아 먹어 봤는데, 그 친구 것이 더 매콤했다. ㅋㅋㅋ 왜 그럴까, 음식이 나오는 와중에 순서가 뒤바뀌었을까? 양도 매우 많다. 약간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페인트볼을 같이 했던 데이비스 재학생 친구와 1인분을 나눠 먹었다. 그래도 배불렀다. 어쨌든, 별 네 개를 주려다가 반 개를 깎은 이유는, 바로 그 카레맛 스프 때문이다. 만약 그 스프에 무게감이 더해졌다면, 훨씬 만족스러운 식사였을 듯하다. 아, 감자 반찬은 그냥 그랬다. 사진은 없다.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먹은 점심이었기에 메뉴가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3-18. Temple Coffee Roaster
메뉴: Mexican Hot Chocolate
별점: ★★★星☆
그냥 그랬다. GAMP라는 국제 학생 친구 맺어주기 프로그램에서 만난 멘토가 '핫초콜릿이 맛있는 카페'로 소개해 줘서 같이 갔는데, 딱히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았다. 가격은 약간 비싼 편이며, 미국 치고 양도 적었다. 그리고 크림 없이 달라고 했는데 '친절하게도' 크림을 얹어 줬다. 멕시칸이라서 그런지 위에 계피 가루가 뿌려져 있었는데, 나는 원래 시나몬 좋아해서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딱히 초콜리 드링크 자체가 맛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정자동 카페거리에 있었던 <더 클래식> 프렌치 다크 초콜릿을 잊을 수 없다. 워낙 가격이 높아 - 하지만 그 가게는 정말 초콜릿 음료 한 잔에 만 원을 받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 가게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남의 걱정을 대신해 줬지만, 아니나 다를까 몹쓸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로 이 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 어쨌든, 그 다크 초콜릿을 넘을 수 있는 초콜릿 음료는 더이상 없을 듯하다.

3-19. Chengdu Taste
메뉴: Mapo Tofu with rice
별점: ★星☆☆☆
아, 솔직히 메뉴판에 써 있는대로 'authentic' 사천성 음식을 판매하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사천성에 한 번도 가 본 적도 없고, 입맛도 그냥 한국인 버전으로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이 집 마파 두부가 너-무 매웠다. 게다가 뭔가 비위생적인 느낌도 들었고 - 가게에서 반은 점심으로 먹고, 나머지 반은 집으로 가져 와 저녁으로 마저 먹었다 - 가게에서 먹을 때 책상에 먼지가... 있었던 듯하다.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버클리 Chengdu Style에서 먹었던 마파 두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게다가 가격은 왜 그렇게 높은지. 중국인들에게는 인기가 많다. 아무래도 진짜 중국식 음식이다 보니까 그들 입맛에는 잘 맞나 보다. 그러나 내게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3-20. Crepe Bistro
메뉴: Coq Au Vin crepe
별점: ★★★★☆
와, 학내에 이렇게 맛있고 양도 많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기까지 한 크레페 가게를 발견하다니!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나이프로 잘개 잘라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소녀시대 가사마냥 "속이 꽉 찼"다. 버섯도 맛있고, 고기도 많이 들어 있다. 크림도 맛있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느끼할 것 같지만, 나는 원래 양식 잘 먹으니까. ㅋ 한 끼를 아주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때 꼭 방문할 만하다. 아, 그리고 크레페 반죽도 잘 구운 듯하다. 엄청 잘 잘렸다.

3-21. Manna Restaurant
메뉴: 김치볶음밥
별점: ★★★星☆
음... 그냥 그랬다. 그런데, 나는 집에서 엄마가 가끔 해 주던 김치 볶음밥이 훨씬 맛있는 것 같다. 엄청 매웠다. 신기한 점은, 반찬으로 나온 김치는 매우 맛없었는데, 김치 볶음밥은 꽤 맛있었다. 특히 밥 위에 얹어 준 계란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마음에 들었다. 반찬은 솔직히 다 별로였다. 그래도 다른 음식점에서는 주문한 메뉴만 딱 나오는데, 한식당에서는 반찬까지 주니 한국인의 정을 느꼈달까나. 오이 소박이를 오랜만에 먹을 수 있어서 잠깐이나마 행복했다 -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양념이 문제인 듯하다. 볶음밥이 맵지만 캡사이신처럼 심장을 벌렁벌렁 거리게 하지는 않는 것을 보아하니 김치와 밥을 놓고 볶다가 고추장도 엄청 들이 부운 듯하다. 아, 그리고 돼지 고기를 엄청 많이 줘서 좋았다. 여기서는 고기가 싸다는데, 집에서 직접 밥 해 먹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싼 편인지 잘 모르겠다 - 물론, 스테이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다.

마치는 소감: 나 진짜 음식 사진 못 찍는다.
'US Daily Lo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UCD 교환학생 일지 - 05. 샌프란시스코 재방문 (2) | 2022.02.17 |
---|---|
UCD 교환학생 일지 - 04. 데이비스 입성 (0) | 2022.01.30 |
UCD 교환학생 일지 - 03. 샌프란시스코 여행 (1) | 2022.01.10 |
UCD 교환학생 일지 - 02. 출국 및 샌프란시스코 도착 (1) | 2022.01.06 |
UCD 교환학생 일지 - 01. 맨 처음의 기록 (0) | 2022.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