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일상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블로그에 도서 리뷰 말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아니면 뭔가에 쫓기는 심정으로 부랴부랴 글을 작성하게 됐다. 원래의 의도에서 한참 벗어나 버렸다는 점에서 원점으로 회귀할 기회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빠가 부탁한 번역이 아직도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 아빠, 미안. 무슨 이야기를 쓸까, 순간적으로 고민했지만 그냥 원래 세상에 외치고 싶던 나의 속마음을 늘여놓으려고 한다.
은근히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지 리스너'라고 부른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디 음악? 잘 듣지 않는다. '잘'이라는 부사가 포괄하는 범위가 충분히 넓다면 말이다. 벌써 일 년도 더 됐지만, 내가 좋아하는 고교 후배를 만나러 그의 홈그라운드를 방문했을 때 커피빈에서 차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사실...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그 아이가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솔직하고 싶다. 사실, 고등학교에 재학할 당시에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일분 일초를 같은 공간에서 지내던 동기들을 제외하고는 선후배들에 일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좋아한 선배는 있었다. 연애 감정은 전혀 아니었고, 동경했다. 그런데 이제는 동경하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고, 그냥 나와는 또 다른 사람이구나, 라고만 생각한다. 그가 사는 방식이 있고, 내가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식이 따로 있다. 누구의 것이 항상 옳지도 않으며 틀리지도 않다. 한창 <죄와 벌>을 분석할 때는 나름의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과 선이 존재해야 세상이 곧바로 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라스콜니코프를 동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쩌다 보니 꽤나 상대주의적 윤리관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고등학생 시절에는 '모든 일에 지나치게 열정적'이라는 이유로 부담스러웠던 후배가 시간이 지나니 참 예뻐 보이더라. 싹싹하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리고 똑똑하다. 내가 자그마치 6년 동안 가고 싶었던 대학에 합격해서 잘 다니고 있다. 여러모로 남이 걱정해 주지 않아도 자신의 뚜렷한 주관에 입각해 세상을 야무지게 살아간다. 그런 후배가 커피빈에서 자기는 인디 음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때나 그보다 더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나 역시 인디 음악을 열심히 듣지 않을 것이었기에 무슨 말인지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인정할 수 없다'라고 선언할 필요까지 있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주 듣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예술을 평가하는 잣대에는 당대 대중의 입맛도 고려돼야 마땅한 요소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일화를 끄집어낸 데는 나의 음악적 취향을 변호하기 위함이다. 나는 인디 음악을 듣지 않는다. 들어도 외국 것만 듣는다. 한국 인디 음악은 일절 듣지 않는다. 누군가 그 이유를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내 귀에는 별로니까. 사람마다 각자 취향이 다른데, 비단 인디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훨씬 뛰어나고 정교하며 탁월한 안목을 소유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나를 이지 리스너라고 칭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지 리스너가 아니니까. 나는 한국 인디 음악만 듣지 않을 뿐, 내가 알고 있는 음악의 폭은 내 지인 중 누구보다도 넓다고 자부한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K-POP부터 조금은 오래 된 한국 가요, J-POP, 영국 팝, 소울, 락, 미국 팝, R&B, 락, 컨트리, 프렌치 팝, 그리고 클래식까지. 정말 잡다하게 듣는다. 하루는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을 주구장창 틀어 놓다가 등교할 때는 내가 사랑하는 보아의 일본 9집이나 <BEST&USA>를 듣고, 공부할 때는 존경해 마지않는 마우리찌오 폴리니의 베토벤 후기 소나타 모음집을 배경음으로 깐다. 다음 날에는 DREAMS COME TRUE의 <The Love Rocks>를 듣고, 해가 쨍쨍하면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Soleil"을 듣고, 비가 내리면 박혜경의 "Rain"을 튼다.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면 박정현의 3집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음미하고, 날이 음침해지면 로버트 플랜트와 앨리슨 크라우스의 <Raising Sand>을 듣고, 기분이 꾸리꾸리하면 정말 좋아하는 조스 스톤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앨범을 전곡 재생한다. 그리고 아침에는 더피의 "Rockferry"에 잠에서 깬다. 내 음악적 취향을 정리하자면, 나는 2000년대 팝 및 일본풍 음악을 좋아하고, 전반적으로 재즈의 풍미가 더해진 편곡을 선호하며 - 물론 재즈 문외한이지만 - 힙합풍 음악을 절대 불호하고 대체로 여성 보컬만 골라 듣는다.
고로, 내각 작년 12월 도미한 이후로 즐겨 들은 음악을 쭉 훑어 볼까 한다. 그런데 나는 한 번 좋아한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있어서 사실 한국에서도 주구장창 듣던 것들이 꽤 된다. 참고로 지금은 <레미제라블> 10주년 공연 캐스트의 <Les Miserables 10th Anniversary Concert> 앨범을 전곡 재생하며 글을 쓴다. 아, 여담이지만 최근에 나온 빅뱅 신곡... 나한테는 참 별로다. 진부하다. 어쨌든, 오늘은 SM 소속 가수들과 클래식 음반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용기" - S.E.S.
사람은 모두가 다 낮은 곳에 머물러 상처받고
헤아릴 수도 없는 아픔을 갖고 살아가지만
지켜줄 수 있는 건 아마 사랑이란 이름의 용기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비스로 입성하는 길에 고속도로 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푸르른 구릉과 그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소떼를 보면서 감상했다. 인용한 가사 구절을 참 좋아한다. 비록 신자는 아니지만, 뭐랄까 묘하게 기독교적이랄까나.
"Twilight Zone" - S.E.S.
1999년에 발매됐지만 지금 들어도 정말 세련됐다. 얼마 전 도박 빚 파문 이후 슈가 오랜만에 TV조선 다큐멘터리에 얼굴을 비추면서 S.E.S. 멤버들도 함께 나왔던데,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악질적인 스캔들을 겪고 나서도 멤버들간의 우정이 변함없어서 인상깊었다. 하기사 오래 전에 해체하고도 20주년이 되는 해에 앨범까지 냈을 정도니 말 다 했지.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한 번쯤 커다란 고비를 넘긴 연예인들에게 훨씬 관심과 애정이 간다. 뭐랄까... 그들도 결국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근감이 느껴진달까나. ㅋ
<My Name> 전곡 - BoA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댄스곡인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보아의 타이틀 넘버이기도 한 "My Name". 정말 세련됐다. 고교 2년생 시절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마냥 생소했는데, 지금은 인트로에서 들리는 그 리듬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미국에 오기 전에도 주구장창 들었지만, 여기 오고 나서 자전거 타고 등교할 때면 대부분 "My Name"을 듣는다. 보아의 음악적 선구안을 적나라하게 증명해 보이는 타이틀과 그녀의 기술적 발전을 명백히 드러내는 4집 정규 앨범 <My Name>.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발라드 넘버 중 하나인 "인사"의 작사 및 작곡가가 나와 동명이인이다. 영광이에요~
"Cloud" - BoA
2월 중순 포틀랜드에서 Amtrak Coast Starlight을 타고 데이비스까지 오는 길에 반복해서 들었다. 포틀랜드에서의 안 좋았던 추억을 날려버릴만큼 인상깊은 오리건 주의 자연 환경과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구름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가요계에 몸 담은지 20년도 더 됐지만 음악적으로 퇴보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발전하는 보아. 그녀는 내가 가장 애정하는 '아티스트'이자 나의 롤모델이다. No.1에 안주하지 않고 Only One으로 거듭난 그녀의 눈부신 행보는 영원하리.
"All That Jazz" - BoA
솔직히 그녀의 한국 정규 10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수작이 아니라 걸작이어야 했다"((https://m.izm.co.kr/album_boabetter/)라는 izm의 평론에 전적으로 공감했고, 지금도 공감한다. <BETTER>은 지나치게 무거웠다. 전작인 8집과 9집과 비교하면 더더욱 무게감이 느껴지고, 20주년 정규 앨범이라 보아와 SM 모두 조금은 진지하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9집은 타이틀이 아쉬웠다면, 10집은 앨범 구성의 측면에서 아직도 허기를 느낀달까나. 일본 정규 7집 같은 '걸작'을 기대했던 나로서 꽤 아쉬웠지만, 그래도 원최 좋아하는 가수다 보니 10집 자체를 많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서는 타이틀곡인 "Better"와 VOGUE 지가 창간 128년만에 최초로 진행했던 전 세계 동시 프로젝트 <HOPE>의 일부분이었던 "Little Bird"를 제외한 다른 수록곡은 잘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 노래는 미국에 와서 오랜만에 들으니 상당히 색다르게 들렸달까나. 마찬가지로 자전거 타고 등학교 할 때 자주 들었다.
"안개" - BoA
말해 뭐해. 이 곡을 들으면 누구나 절로 이렇게 생각한다. '보아, 노래 정말 잘하는 가수구나.' 원곡이 있다는데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오늘 밤" - BoA & 매드클라운
한국에 있을 때는 뭔가 유치해서 안 들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는... 참 좋더라. 흔히들 미국에 와서 살면 영어 음악을 더 많이 들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오히려 한국어로 된 콘텐츠를 훨씬 자주 찾는 것 같다.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한국이 그리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밤" 가사에는 영어가 별로(거의? 전혀?) 없다. 이 곡을 듣다 보면 한국어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보아가 소위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편안한 음악'도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奇跡」 ー BoA
보아의 곡이 지나치게 많다고 느끼는가? 그럴 수밖에. 미국에 와서 '많이 들은' 곡들을 되짚는 시간이니 보아의 음악이 많이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는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에 있는 모든 음반을 들었지만, 이 글에서는 특히나 자주 들었던 곡들 위주로 '그나마 추려서' 소개하고 있다. 사실 「奇跡」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미국에서 다시 듣기 전까지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곡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여기 와서 지내는 중 어느 날 다시 들으니까 '아, 왜 다들 그 시절에 이렇게 세련된 음악이 나왔다고 칭찬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보아의 일본 음악을 한국 음악보다 백만 배 더 좋아한다. 2000년대 일본풍 편곡과 그녀의 목소리는 참 잘 어울린다. 그 시너지 효과 덕분에 그녀의 최전성기 시절 일본에서 하마사키 아유미 다음으로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Winter Love」 ー BoA
사실 이 곡도 한국에서는 별로 안 좋아했다. 보아의 겨울 발라드를 추천해 달라고? 그러면 당근 「LOVE LETTER」나 「メリクリ」지!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이 곡이 엄청 좋아졌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LOVE LETTER」만큼은 아니고... 그래도 한창 많이 들었다.
「七色の明日〜brand new beat〜」 ー BoA
이 곡은 원래 좋아하는데 나도 올해 스무 살이 돼서 그런가 이상하게 보아의 일본 정규 5집인 <Made In Twenty>에 수록된 곡들을 참 많이 들었다. 여전히 명곡~ 그녀의 상큼한 웃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THE FACE> 전곡 ー BoA
명곡이란 명곡은 다 모인 보아의 일본 정규 6집. 전성기의 끝자락에 발매된... 하지만 이 앨범을 발표했을 당시 그녀는 고작 만 21세에 불과했다. 만 21세까지 일본에서 정규 앨범 6장, 한국에서 정규 앨범 5장 낸 그녀는... 도대체 언제 쉰 걸까? <THE FACE>는 한국에서도 질리도록 들었는데, 여기서도 또 질리도록 '듣고 있다'. "Smile again"과 "Beatufiul Flowers"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여기 와서 급격히 좋아졌어. ㅠㅠ 그리고 "Happy Birthday" 듣고 '별론데?'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절교할 거야.
+ https://youtu.be/1tZJnkmizdI
주기적으로 봐 줘야 하는 "LOSE YOUR MIND" 무대. 이게 23살의 라이브랍니다. ^^ 가장 예뻤던 시기에 한국에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그녀가 얼마나 아리따운지 본국 사람들에게 뽐낼 기회를 놓쳐서 내가 다 아쉬워. ㅠㅠ
「I See Me」 ー BoA
한국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고 나서 너무 지쳤던 나에게 큰 위안이 됐던 노래.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를 당시의 보아만큼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그녀의 심정에 온전히 이입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나보다 더 고된 문턱을 수도 없이 넘어 왔는데, 나는 고작 5년 동안 쉼 없이 달려 왔다고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슬퍼해도 되는 것일까? 이 노래는... 가사를 읽다 보면 눈물이 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사라서 조금 길게 인용한다.
いつもより少し 遠回りして歩いた帰り道
懐かしい冬の匂いに ふと足が止まる
幼いころ心に浮かべてた夢
叶えた数だけ指折りカウントしても 白いため息…
気がつけば 保身と情熱の狭間
移ろう季節に 委ねるほど霞む
あのころ思い描いた未来
「でも、これでいい」って心が言う
未来図をなぞる代わりに手にした今を抱いて 進んでゆくだけ
I SEE ME
なくしたもの、つかんだもの… 駆け抜けた日々を明日へ紡いでゆく
この苦味が わたしの道しるべ
(번역)
평소보다 조금 멀리 돌아온 귀갓길
그리운 겨울 냄새에 문득 발이 멈춰져
어렸을 적 마음 속에 그렸던 꿈
이뤄낸만큼 손가락을 꼽아 세워 봐도 새하얀 한숨...
정신을 차려 보니 안주와 열정 사이
변해가는 계절에 맡겨 버릴 정도로 희미했던
그 무렵 마음 속에 그렸던 미래
"그래도 이걸로 괜찮아"라고 마음이 말해
미래를 그리는 대신 손에 넣은 지금을 안고 나아갈 뿐
I SEE ME
잃어버린 것, 움켜쥔 것, 달려온 날들을 내일로 다시 이어 나가
이 아픔이 나의 이정표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ii78free&logNo=100147266148)
한국어로 번역해 버리면 원래의 일본어 가사에 깃든 그 애틋한 느낌이 도무지 살지 않는다... 그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어를 공부하자.
<私このままでいいのかな> 전곡 ー BoA
하... 일본 9집... 사랑한다. ㅠㅠ 사실 한국 정규 10집이 9집보다 더 좋게 나오길 바랐어... 역대급일 정도로... 앨범을 전곡 재생했을 때 예전에는 넘겼던 "Jazzclub"이나 "Mannish Chocolat"도 이제는 어깨를 들썩이며 듣는다. ㅋ 이상 미국에서 '정말' 자주 들었던 보아 음악 총정리 끝~
"어떤 오후" - 소녀시대
산타 크루즈에서 페리 타고 몬트레이 만에 나가 귀신고래 두 마리를 '힘겹게' 보고 Santa Cruz Harbor 옆의 Twin Lakes State Beach에서 반복해서 들었다. 개인적으로 "Como estas!"가 킬링 파트인 듯하다. 그 부분만 들으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좋을 일만 생각하기" - 소녀시대
겨울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봄 방학 여행 가기 전에 엄청 많이 들었다. 그 당시에 상당히 심신이 지쳤어서 그런지 이 노래가 상당히 힘이 돼 줬다. 특히 타겟에 가서 청소 용품 사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 곡만 반복 재생했다. ㅋㅋ
눈을 뜨면 달콤한 햇살, 싱그러운 fruit향 흐르고
모카라떼 가득 담아 작은 테라스에 앉아 그대를 떠올리면 나도 몰래 스미는 미소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
앞부분 가사를 가장 좋아한다. 이 노래를 듣다가 실제로 모카라떼 가득 담아 작은 테라스에 앉아서 그 맛을 음미해 보고 싶어졌다. 어디 프랑스 가서 해 볼까?
"INVU" - 태연
뮤비 미장센이나 태연 메이크업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2월 말 요세미티 갈 즈음에 발매돼서 그쯤 되게 많이 들었다. 심지어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에 들어가기 직전에 커브길 돌면서 가이드 선생님 차량 안에서도 내가 동행한 누나한테 틀어 달라고 해서 전원이 같이 들었다. ㅋㅋ "INVU"가 "I envy you"를 의미한다는 점은 노래를 여섯 번 정도 들었을 때 불현듯 깨달았다. ㅋ I.N.V.U. (손동작)
<I Just Wanna Dance> 전곡 - 티파니
LA 여행할 때는 당연히 티파니 음악을 들어야지~ 보아 다음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인 티파니 영~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실제로 LA 지역에 머무른 4박 5일 동안 이 앨범을 상당히 자주 들었다. 타이틀곡은 "I Just Wanna Dance"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 수록된 버전보다 나중에 발매된 영어 리메이크 버전을 더 좋아한다 (https://youtu.be/-yJWh_B4xhY). 여담이지만, 이 앨범은 발매 당시에 보나 지금 보나 지극히 세련된 아트워크를 자랑한다고 생각한다. 티파니 본인부터 패션과 코디, 그리고 앨범 프로듀싱 전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로케이션 촬영을 티파니가 나고 자란 LA 지역에서 진행해서 그런지 정말 모든 영상과 사진이 전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부합한다. ㅋㅋ 하... 티파니는 딱 SM에서 솔로 앨범 낼 때 메이크업이 자기랑 찰떡처럼 어울리는데, 본인은 왜 자꾸 어울리지도 않는 메이크업을 추구하는지. ㅠㅠ 그때쯤 SNL 크루랑 찍었던 '3분 여친' 시리즈에서 극강의 미모를 자랑하는데...
<Lips on Lips> 전곡 - Tiffany Young
마찬가지로 LA를 여행할 때는 누구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Tiffany Young's! 미국에 와서 발매한 첫 EP. SM을 박차고 나가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엄청난 도전의식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가 겸손하게 신인의 자세로 음악에 임했던 그녀가 그립다. 지금처럼 한국에서 활발히 연예 활동을 하는 것도 팬의 입장에서는 반갑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가 미국에서 발표했던 음악이 정말 좋았다. 비단 이 앨범에 수록된 "Lips on Lips"나 "Not Barbie", "Runaway"뿐만 아니라 "Magnetic Moon"도 정말 좋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녀의 마지막 미국 앨범이 나온지도 벌써 2년이나 됐다. ㅠㅠ 또 여담이지만 LA 여행 당시 티파니가 Buzzfeed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LA 아이스크림 맛집을 소개해 준 덕분에 Somisomi라는 보물 같은 맛집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덕분에 2월에 포틀랜드를 여행할 때도 Salt & Straw 본점에 가서 진짜 내 인생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Thank you, Tiff!
"Feel My Rhythm" - 레드벨벳
이 노래는... 완벽 그 자체입니다. 봄방학 여행 시작할 때 딱 반갑게 발매돼서 여행하는 내내 죽어라 듣고, 또 데이비스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굉장히 반복적으로 들었다. 특히 봄방학 여행 첫 날 산타 크루즈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 우비 쓰고 Wilder Ranch State Park 걸어가는 내내 감상했다. ㅋㅋ 원래 레드벨벳 노래 중에서 "Psycho"을 제일 좋아했는데, 이 곡이 그 자리를 꿰찼다. 뮤비를 처음 보는데 정말 감동했다. 딸기 모티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엔딩 부분을 보고 확실히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을 오마주했다고 확신했다. 곡 자체도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데다가 뮤비는 온갖 명화를 적절하게 오마주했다. 음악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클래식을 '똑똑하게' 현대적으로 재현해 레드벨벳만의 '모던 클래식'을 완성했다. 아, 그리고 1절 코러스가 끝나고 2절로 넘어가기 전에 기계음으로 '뜨르르르'하는 부분이야말로 국내 기획사 중 SM만이 추구할 수 있는 소속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Feel My Rhtyhm"... 큰 이변이 없다면 올해 발매된 음악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 + 아이린 무대 직캠을 시청하고 그녀의 미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Like Water" - 웬디
발매 당시에는 잔잔하기만 해서 재미 없었던 곡. 그런데 겨울학기가 끝나갈 즈음 소녀시대의 "좋은 일만 생각하기"랑 같이 자주 들었다. 지금은 이 노래가 부쩍 좋아졌다. 첫 솔로 앨범이었는데도 그녀만의 뚝심이 느껴진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는지, 그녀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앨범 발매 전에 안타까운 일을 겪었음에도 까다로운 발라드를 무척 잘 소화해 냈다.
부서지는 듯 몰아쳐도 파도는 어느새 바다의 품으로
이 길의 끝이란 운명처럼 모두 네게 흐르고 있어
"Step Back" - GOT the beat
보아가 걸그룹으로 데뷔할 줄은 몰랐지... 데뷔년도 기준으로 20년 차이 나는 후배들과도 잘 어울리는 그녀는 어느 관점으로 보나 대단해~ ㅠㅠ 솔직히... 노래는 별로다. 가사는 최악이고. 그런데 퍼포먼스 영상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게다가 브릿지 파트에서 느껴지는 보아의 관록도 좋고. 무엇보다 무대 직캠 등에서 보아만 유독 튀어 보인다는 실력 칭찬 댓글이 많아서 뿌듯했다. 작년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었는데 - 터무니 없는 비난이었다. 솔직히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떤 댄서보다도 보아가 훨씬 더 오래된 경력의 춤꾼이며, 경력을 햇수로 따지지 않더라도 그녀의 춤 실력이 그들보다 떨어진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 이번에 젊은 세대로부터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서 정말 안심했다. ㅠㅠ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많이 들었다. 자전거 타면서도 많이 듣고... 그때는 할 일이 없었던지라. ㅋㅋ
"Dear My Family" - SMTOWN
마찬가지로 연초에 질리도록 들었다. 그때 마음이 뒤숭숭해서 이 노래의 가사가 많은 위로가 됐다. 역시... SM의 중심에는 보아가 있다! 엔딩도 언제나 보아가 장식! 이 콘서트 라이브 영상의 썸네일도 보아가 마이크를 들고 있는 순간이니까. ^^ 그런데 이 영상은 실질적으로 SM의 종현 추모 영상이다. 종현... 참 안타깝다. 생을 너무 일찍 마감했다. 이 노래를 듣다가 유독 튀는 남자 목소리가 있어서 영상을 확인했더니 종현이었다. 흠... 종현이 없으니까 샤이니 노래가 약간 심심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곳에서는 아픔이 없기를 바라며.
작은 마음 모아 큰 힘 되듯
우린 하나란 것을 믿고 있어요
우리 함께 행복 만들어요
메마른 세상 속에 빛이 되는 날까지
사랑해요
... 생각해 보니 미국에 와서 f(x) 앨범을 자주 듣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보다 과 <4 Walls>를 훨씬 좋아한다. Hmm, my MILK, 데인 맘에 붓죠, 맘에 붓죠, 맘에 붓죠~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Mr. Boogie"는 꽤 자주 들었던 것 같다. 흠, 그리고 남자 아이돌 음악은 전혀 듣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운동하면서 가끔씩 샤이니 음악을 들었지만, 의도적으로 찾아서 들은 적은 없다. SM 남자 아이돌 곡들은 가사가 더 유치한 감도 있고... 마지막으로 즐겨 들었던 남자 아이돌 노래는 작년 겨울에 발매된 NCT 127의 "Favorite". 그리고 얼마 전 신화의 "Perfect Man" 정도? 어쨌든, 이제부터는 클래식 음반을 소개하겠다. 클래식 음악은 주로 공부하면서 듣거나 해서... 뚜렷한 감상이 남아 있지는 않고, 그냥 목록 형식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클래식을 자주 듣는 편일 뿐, 이론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고 - 클라리넷을 무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했는데도 불구하고 음악 이론에 대한 지식이 0에 수렴하다니 우리 엄마가 들으면 기함할 일이다. - 해서... 부끄럽지만 최근에서야 그나마 똑같은 레퍼토리라도 지휘자와 연주자에 따라서 어떻게 인상이 달라지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ㅋㅋ
<Six Evolutions - Bach: Cello Suites> - Yo-Yo Ma
<Chopin: Late Works, Opp. 59-64> - Maurizio Pollini
<J.S.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 Maurizio Pollini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반 중 하나. 폴리니는 콘체르토보다 피아노 솔로에 특화된 피아니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같이 들어도 좋지만, 그의 연주는 한 음 한 음 철저히 계산된 것처럼 정교하고 깔끔해서 콘체르토나 다른 음악이랑 같이 연주하는 소나타보다도 피아노 곡을 듣고 싶을 때 그의 렌디션을 자주 찾는 편이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기도 하다. 바흐와 쇼팽은 폴리니, 프로코피예프와 라벨 콘체르토는 아르헤리치.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는 지머만.
<Sibelius> - Oslo Philharmonic Orchestra & Klaus Makela
마켈라는... 고작 만 25세밖에 안 됐는데도 이.렇.게.나. 훌륭하게 시벨리우스를 지휘해 낸다니. 사실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에서 객원 지휘자로 초청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주의 깊게 지켜 보고 있다가 4월 말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객원 지휘자로서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한다길래 즉각 표를 예매했다! 아... 이 시벨리우스 앨범을 가히 장만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특히 교향곡 2번을 좋아한다. ㅠㅠ
<Debussy: Nocturnes, Ravel: Daphnis et Chloe Suite No.2, Pavane, Scriabin: Le Poeme de l'exstase> - Boston Symphony Orchestra & Claudio Abbado
아바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그의 말러도 좋아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가 연주하는 라벨의 파반느는 정말 환상적이다. 언제 들어도 마음이 안정되는... 한국에서도 자주 들었던 음반이지만, 여기 와서 평상시 과제할 때 틈만 나면 들었던 것 같다. 드뷔시의 녹턴도 이 앨범을 전곡 재생하다가 알게 됐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벨 음악은 <Daphnis et Chloe>인데, 그건 유튜브에 있는 샤를 뒤투아와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반이(https://youtu.be/YHrstmOPKBQ)... 하... 진짜 생각만 해도 황홀해진다. 정말, 클래식을 단 한 작품만 추천할 수 있다면 나는 라벨의 <Daphnis et Chloe>를 추천할 테야!
"Prokofiev: Piano Concerto No. 2 in G Minor, Op. 16" - Yuja Wang, Gustavo Dudamel & Simon Bolivar Symphony Orchestra of Venezulea
유자왕... 도 4월에 샌프란시스코에 콘서트 하러 왔는데 보러 가지 못했다. 왜냐고? 너무 비싸서... 역시 스타 피아니스트의 표값은 감당하기 힘들다... ㅠㅠ 앞에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콘체르토는 주로 아르헤리치를 듣는다고 했지만, 미국에 와서는 유자왕과 두다멜 버전을 더 많이 들었다. 정말 기교가 화려하다.
"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 - Jacqueline du Pre & Daniel Barenboim
아... 자끌린 뒤 프레의 엘가와 드보르작 첼로 콘체르토 연주는 불후의 명연주로 길이길이 남으리라... 한국에서도 즐겨 들었지만... 정말 가끔 생각날 정도로... 아름답다. ㅠㅠ 지고지순한 순정을 베풀어 주시는 미모의 아내를 두고 바람 피운 바렌보임은... 천벌 받아야 되는데 지금도 잘 먹고 잘 산다. ^^
그 외에도 참 많은 클래식을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죄다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고? 애플뮤직에서 알아서 골라 주는 클래식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들었기 때문... 음악이 좋아서 찾아 본 것들도 대부분 까먹었으니... ;; 아, 그리고 한국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콜로라투라 수미조의 아베 마리아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야... ㅠㅠ (https://youtu.be/UGoXf09yfL8) 그리고 여담이지만 카퓌송이 샌프란시스코에 공연하러 왔을 때도 미친 듯이 고민했는데 결국 못 갔음. 시험 치느라... ㅂㄷㅂㄷ
미국에서 즐겨 들은 다른 음악은 다른 때에 마저 정리하겠느니라~ 이상 오늘은 끝!
'US Daily Lo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UCD 교환학생 일지 - 08. 포틀랜드 (0) | 2022.06.01 |
---|---|
UCD 교환학생 일지 - 06. 두 번째 단상 - 생활의 발견. (2) | 2022.03.23 |
UCD 교환학생 일지 - 05. 샌프란시스코 재방문 (2) | 2022.02.17 |
UCD 교환학생 일지 - 04. 데이비스 입성 (0) | 2022.01.30 |
해외 맛집 탐방 - 2022年 1月 (3) | 2022.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