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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yssey

누군가에 대한 단상_0

by 도미니크앙셀 분당점 2022. 7. 31.

최근 들어 모든 글에는 적절한 서문이 필요함을 부쩍 절감한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누군가에 대한 단상_1"로 달았다가 금세 맨 뒤 숫자를 "0"으로 고쳤다. 아직 미필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기억에 배정된 뇌 용량이 현저히 줄어든 것 같아 내가 경험한 사건 및 일상 중 조금이라도 인상적이다 싶으면 모조리 글로 기록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텍스트 변환 작업만 시작했다 하면 당시 머릿속에 담겨 있던 의식의 단편들을 논문에 각주 달듯 샅샅이 적는 바람에 쓰는 행위 자체가 번거로워졌다. 원체 방대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가벼운 의도로 짧게 끝내려 했던 글마저 일 주일 넘게 살을 붙이고 있다. 이런 진행 속도와 나약한 마음으로는 내가 정말로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마저 날아가 버릴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순행적 구조를 포기하려 한다. 대신 글마다 주제를 나누어 어떤 연작에는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또 다른 연작에는 음식이나 날씨에 대해 쓰겠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한 단상" 시리즈는 내가 세계를 표류하면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리 멋진 건물이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도 결국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는 대상은 항상 그 순간을 공유한 사람들이기에.

 

P.S. 누군가 말해주길 여행 사진 중에서도 나중에 다시 찾아 보는 것은 누가 됐든 사람이 나온 사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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