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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yssey

짧은 수기_5

by 도미니크앙셀 분당점 2023. 1. 14.

낭트는 외지인이 돌아다니기 참 쉬웠다. 시야를 차단할만큼 두꺼운 안갯속에서 어디로 발을 디뎌야 할지 막막한 나그네에게 바닥에 그려진 영롱한 형광 연두색 줄은 마치 절체절명의 순간 어느 오누이 앞에 나타난 튼튼한 동아줄 같았다. 형광 연두의 길을 따라 자연사 박물관에 도착했다. 우연히 들렀다면 낭만이었겠지만, 실은 그 유명한 실러캔스를 보기 위함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오지를 않는지 모든 라벨이 불어로만 적혀 있었다. 1층의 광물을 둘러 볼 때는 모처럼 학구열을 불태우고 싶어서 관심 가는 전시물의 설명은 불어 텍스트를 일일이 타자로 옮겨서 번역해 읽었다. 몇 번 그러다 힘들어서 금세 관뒀다. 당초 목표한 실러캔스 앞에서 놀람을 가장한 표정을 지은 채 셀카 한 장을 찍고 박물관에서 나가는 길목에 불어 끝판왕과 마주쳤다. 8평 남짓한 방의 네 벽을 극지방 탐사 사진 몇 장과 더불어 그에 관한 불문 설명이 빼곡히 채웠다. 그리고 나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외관상 미학적 쾌(快)를 느껴 일단 사진을 찍었다. 찰칵. 프렌치 시크의 문자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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