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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23上 어쩌다 보니 올해 읽은 책 중 단 한 권에 대해서만 감상문을 작성했다. 지금까지 총 열여섯 권밖에 읽지 않았음까지 고백하자면 참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 5월 말에 쳤던 독일어 시험 이후로 지적 림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채로 5월 한 달을 그야말로 독일어 공부로 불태워 버려서인지 단거리 '쾌속' 질주의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는 기록에도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 나태하게 생활했달까나. 그러한 몹쓸 짓으로 심신의 안정을 취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돼 간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이 글에서 공표하는 바다.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적당히 생산적으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동일선상에서 올해 상반기에 읽었던 책들을 완독한 순서대로 나열하고, 이전 게시글에서만큼은 아니지만 - 애초에 그렇게 .. 2023. 7. 16.
짧은 수기_7 바다, 절벽, 비 온 직후의 쌀쌀함. 여행에 있어 나를 가장 들뜨게 하는 삼박자가 이날 딱 한 데 모였다. 교환학생 첫 학기로 데이비스에서 겨울을 보내고 떠난 봄방학 여행의 첫 날이었다. 데이비스의 자그마한 암트랙 역에서 출발해 산 호세를 경유, 산타 크루즈와 산타 바바라를 거쳐 로스엔젤레스와 오렌지 카운티로 대미를 장식하는 기다란 여정의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싶었다. 어느새 눈에 익은 샌프란시스코의 독특한 고층 빌딩들을 뒤로 하고 산 호세로 천천히 나아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일출을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음침한 하늘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혼자 떠나는 길이었기에 말 걸 상대도 마땅치 않았다. 조용히, 어쩌면 오늘부터 우비를 개봉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이런 나름의 대책. 날씨 때문에 듣기 시작한 박화요비의 노.. 2023. 6. 4.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카뮈 열풍이라도 부는 것일까. ‘근래’의 범위를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냐만, 만약 10년을 한 단위로 친다면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카뮈 열풍이 불고 있다. 어느 서점에 가도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 스테디셀러 책장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선반에 놓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인터넷 도서 랭킹 중 문학 분야에서도 그의 책 두세 권이 항상 순위권 안에 들어 있다. 대표적으로 『이방인』과 『페스트』. 그야말로 시대의 아이콘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카뮈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고교 시절 『이방인』의 첫 문장으로 번역의 한계 및 각 언어가 고유의 정서를 지녔음을 배웠고, 『페스트』는 한국문학 심화 과정의 2학년 1학기 탐구 도서로 선정돼 몇몇 친구들이 한동안 열심히 들고 다녔다. 애석하게도 나와 카뮈라.. 2023. 3. 12.
짧은 수기_6 프루스트를 동경해 마지않는 나로서 지난 번 여행에서 자꾸만 그의 흔적을 좇으려 했다. 일리에-콩브레라는 별볼일 없는, 그저 루아르 지방과 일 드 프랑스 사이의 광활한 평야를 지루하게 달리다 보면 종종 지나치는 작은 마을 중 하나를 시간을 쪼개 방문한 것도 프루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루아르 강변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고성들에 발도장을 찍고 오후 늦게 도착한 일리에-콩브레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하지 않았다. 꽤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에 짐을 풀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저녁거리를 찾아 광장을 서성이고, 성당을 반 바퀴 둘러 그 외관을 감상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베르사유로 향하기 전 무료였지만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푸짐했던 아침 식사를 아직 이슬이 공기 중의 습기에 침투돼 불투명해진 아침 .. 2023. 1. 29.